파로스아이바이오, 코스닥 입성 앞둬…관련 산업 육성에 정부도 지원사격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국내 AI 신약 개발 바이오텍도 주목받고 있다.
신약 개발 시장은 10년 이상의 시간과 조 단위 투자 비용이 산업 성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분야다. 사업 초반에 매출을 내기 어려운 산업인 만큼 신생 기업의 진입과 성장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오 업계가 인공지능에 그 어떤 산업군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AI는 막대한 양의 논문을 분석하고 약물 설계, 화합물의 합성 및 실험 시뮬레이션을 돕는다. 신약 개발에 AI를 이용하면 현재 선도물질 도출부터 전임상~임상 1상, 적응증 확장 등 개발 초기 단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약 3분의 1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활용하면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하고, 10¹⁰(10의 10제곱) 개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개수의 물질 탐색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연구자 수십명이 1~5년간 수행하는 과제를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관련 기술 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임상 시험 과정과 상용화 단계 등 신약 개발 전반의 과정에 AI 관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 업체 더비지니스리서치컴퍼니는 전 세계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억7000만 달러(약 1조6544억 원)로 추정되며 2025년까지 연평균 47% 성장해 59억4000만 달러(약 7조732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은 AI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인수합병(M&A)과 업무협약, 투자, 기술 개발(R&D)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리커젼 파마슈티컬스, 릴레이 테라퓨틱스, 슈뢰딩거 등은 AI 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국내에서는 정부도 AI 신약 개발 플랫폼 사업 ‘K-멜로디(K-Melloddy)’ 등을 추진하며 관련 산업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관련 바이오벤처 기업들도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 약 20개 이상의 바이오텍이 인공지능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이 중 최근 3년 사이엔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한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규모가 큰 제약사와 공동 연구를 하거나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며 연구개발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기술 이전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등 국내 관련 기업도 산업 성장을 위해 매진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파마슈티컬스 저널(Pharmaceuticals Journal)에 글로벌 AI 신약 개발 사례로 국내 바이오텍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10년간 항암제 설계에 AI를 적용해 임상 진입에 성공한 글로벌 사례 5건을 소개했는데, 시가 총액이 1조 원을 넘는 나스닥 상장사 리커전(Recursion)과 릴레이 테라퓨틱스(Relay Therapeutics)를 비롯해 엑센시아(Exscientia), 버그(Berg) 등 유수의 글로벌 AI 신약개발사들과 국내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언급됐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16년 설립된 AI 신약 개발 전문 기업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며, 국내 기업으로는 드물게 임상 시험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주요 파이프라인 ‘PHI-101’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는 국내와 호주 등에서 다국적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이 기업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연구 중인 물질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연내 PHI-101의 다국적 임상 1상을 마치고 내년에 미국 등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부터 희귀 질환 치료제(ODD)로 지정받은 이 물질은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2025년 조건부 판매 승인에 신청이 가능해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PHI-101은 재발성 난치암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확장해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되는 KRAS 저해제 ‘PHI-201’는 유한양행에 기술 이전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악성 흑색종 및 삼중 음성 유방암, 대장암 후보물질 PHI-501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잠재력을 인정받아 기술성 특례 방식으로 7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는 “AI는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비기”라며 “코스닥 시장 입성을 발판으로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국내 인공지능 신약 개발 성공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