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위탁 가상자산 규모 커 거래소 자산총액 급상승
두나무, 재계 순위 10위권 넘보고 빗썸 기업집단 될 수도
기업집단 지정 공정위에 달려 향후 법률적 검토 필요할 듯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 회계 기준 발표에 따라 빗썸코리아(빗썸 운영사)의 기업집단 진입과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의 재계 순위 급상승이 전망된다.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이 거래소 재무제표상 자산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1일 금융위가 발표한 가상자산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앞으로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에 대해 자산·부채 인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국내는 고객 예탁 가상자산을 재무제표 자산 총액에 계상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을 자산과 부채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제적인 동향을 감안해 가상자산 사업자가 경제적 통제권을 고려해 자산 혹은 부채 인식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새로운 회계 기준이 적용되면 가상자산 거래소 자산총액이 늘어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압도적 거래량을 보유 중인 두나무 재계 순위 상승과 더불어 빗썸 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이 커졌다.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을 지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에 있는 고객 예치금(원화)은 자산으로 봤지만, 예치한 코인은 자산으로 보지 않았다. 원화 거래소는 고객 예치금으로 은행에게 이자수익을 받은 반면, 가상자산은 임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두나무는 자산총액 약 10조8225억 원으로 지난해 공시기업집단을 단숨에 건너뛰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까지 지정된 최초 기업이 됐다. 이 중 고객 예치금은 5조8120억 원으로 두나무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된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당초 고객에게 위탁받은 가상자산도 부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빗썸도 기업집단이 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다만, 고객 위탁 가상자산은 부채로 인식되지 않았고 빗썸은 기업집단에 지정되지 않았다.
같은해 빗썸이 고객에게 위탁받은 가상자산은 11조7323억 원이었다. 빗썸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될 만큼 위탁 가상자산 규모가 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 자산 총액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1조9000억 원이며 보관 중인 고객 가상자산 규모는 5조3471억 원으로 합계 7조 원이 넘어 공시대상기업집단 대상이 된다.
이미 공시대상기업집단인 두나무는 위탁 가상자산이 자산에 포함될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재진입과 함께 재계 순위까지 급상승할 전망이다.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불황으로 자산 규모가 7조4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자산 규모가 줄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해제와 함께 기업집단 순위도 지난해 44위에서 올해 61위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두나무가 고객에게 위탁받은 가상자산 규모는 22조4742억 원으로 도합 29조80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올해 공정위가 지정한 기업집단에 따르면 고객 가상자산이 포함된 두나무의 자산 순위도 급상승한다. 자산 규모 29조8000억 원은 16위인 LS(29조4900억 원)보다 크고 15위인 카카오(34조2000억 원)보다 작다. 단숨에 자산 순위 10위권에 안착하게 된다.
다만, 금융위 해석만으로 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위 문구대로 해석하면 기업집단 지정이 가능할 수 있다”라면서도 “결국 기업지정은 공정위에서 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자산은 회사가 판매할 수 없어서 단순 자산 사이즈만 가지고 기업집단에 지정 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