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뚠뚠’ 쌍둥이 동생 탄생
폭우가 내린 깜깜한 11일 아침, 판다 아이바오의 출산 소식이 밝게 빛났는데요. 그간 푸바오(러바오·아이바오 부부의 첫 번째 딸)의 동생이 탄생 임박이라는 여러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실제 임신 여부를 알지 못했죠. 그러던 중 7일 출산 소식, 거기다 ‘딸 쌍둥이’ 탄생 소식은 정말 경사였습니다.
등교·출근길부터 점심시간까지 친구들과 동료들 간의 대화 내용은 온통 ‘푸바오 쌍둥이 동생’이 차지했는데요. ‘쌍둥이를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푸바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쌍둥이 모두 아이바오가 키우게 될까’ 수많은 궁금증이 오가며 판다 가족의 새 생명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그러곤 모두 외쳤죠.
지금 대한민국 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아니, ‘싫다’라는 얘기가 대놓고 나오는 수준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오는 부정적인 여론에 문화공정, 무단 도용,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 나온 편파 판정, 거기다 직접 겪은 중국인들과의 개별경험 등이 쌓이며 10~20대 젊은 층들 사이에선 “또 중국이 중국했다”라며 한층 매서운 시선을 보내는 중이죠.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성인 1364명)의 81%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랑’, ‘행복’, ‘힐링’, ‘귀여움’이라는 온갖 따뜻한 단어만 온몸으로 받는 유일한 중국산 생명체(?)가 바로 판다 가족인데요. 중국이란 단어에 얼굴을 찌푸리다가도, ‘푸바오’, ‘아이바오’, ‘러바오’ 얘기엔 금세 미소가 지어집니다.
실제로 국내 최초 자연 번식 판다 푸바오는 무한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거의 아이돌급 인기죠. 푸바오의 일상을 찍기 위해 아이돌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들이 장착하고 있다는 ‘대포 카메라’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푸바오가 햇수로 4살이 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벌써 ‘눈물 바람’을 짓는 팬들도 늘어났죠. 판다는 4살이 되면 성 성숙이 도래하고 동료들과의 사회화 과정이 필요한데, 푸바오는 주변에 엄마·아빠 뿐이라 새로운 판다를 만나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중국으로 가버리면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서운함을 그래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쌍둥이 판다의 탄생 소식이 반가울 뿐인데요. 이처럼 ‘중국’이란 어마어마한 딱지를 붙이고도 살아남는(?) 존재인 판다. 판다만큼이나 이를 이겨낸 상품들이 있는데요. 바로 탕후루와 마라탕입니다.
‘빙탕후루( 冰糖葫芦)’로도 불리는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를 막대에 꽃아 시럽처럼 끓인 설탕을 입힌 중국 화북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 간식인데요.
그 모양만큼이나 맛도 예쁜 탕후루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인기를 끌게 됐는데요. 당시에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까지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요즘은 10대들의 대표 디저트로 자리 잡는 모습인데요. 초·중학교 하교 후 종이컵이 밑에 꽂힌 색색의 탕후루를 들고 가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도심 곳곳에 프랜차이즈가 늘어나고, 샵인샵 아이템으로 탕후루를 들여놓고 있고요. 심지어는 무인매장까지 생기면서 학생들의 SNS에는 탕후루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냉동·간편 조리 식품 분야 인기 검색어에서 10대의 1, 3위가 탕후루, 아이스 탕후루로 나타날 정도인데요.
학생들은 유튜브와 SNS,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기 품목’인 탕후루를 결코 놓칠 수 없는데요. 바삭한 겉면이 씹는 순간 와사삭 부서지며, 과일 속 즙이 촉촉하게 입안을 적시는 그 독특한 식감 덕에 탕후루는 그 인기를 더 높여가고 있습니다. 10~20대를 중심으로 격해지는 ‘반중 정서’에도 탕후루는 그 예쁜 자태로 이를 벗어났죠.
물론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얼굴을 매우 불편합니다. 이가 온통 썩을 것 같은 그 맛을 매일 즐기는 자녀들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심지어 이 아이들은 탕후루는 후식, 본식은 마라탕으로 요구하고 나섰죠.
마라탕은 이제 한국에서 ‘엽떡’같은 존재가 됐는데요. “오늘 마라탕 콜?”을 외치는 여학생들의 멘트는 전국 곳곳, SNS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조차 선 마라탕 후 탕후루라는 중식 풀코스(?)로 친구들과의 친목을 더해가는 중이죠.
실제 중국식 마라탕은 입안이 얼얼한, 그야말로 ‘격한 매움’의 대명사인데요. 한국식으로 변형되며 매운 샤부샤부 정도로 탈바꿈되고 있습니다. 매운맛까지 친절하게 조절할 수 있죠. 적당히 조절된 매운맛 국물에 고기, 채고, 당면, 분모자, 두부 등 다양한 속 재료를 넣어 먹는 맛은 그야말로 재밌는데요.
한국식 탕후루가 중국식 오리지널 탕후루와 달리 설탕 코팅을 더 얇게, 덜 끈적이도록 개량해 인기를 끈 건, 선배인 K마라탕을 몸소 본받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죠.
문제는 두 음식이 맵고 짠 데다, 단맛까지 이어지는 위에는 좋지 못할 구성이라는 점인데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언제나 이겨내는 K 학생들의 탕후루와 마라탕 사랑은 식지 않을 전망입니다.
도무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반중정서’를 이겨낸 판다와 탕후루, 마라탕. 결국은 조금씩 조금씩 한국색이 섞인 친절한 부분이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요. 새롭게 다가온 ‘프롬 차이나’ 상품들의 생존방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