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를 정식 승인하면서 치매 극복에 대한 희망이 다시 싹트고 있다. 개발 중인 국산 치매 신약도 주목받으면서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기업들은 레켐비의 약점을 해결한 신약으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돌파할 계획이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개발한 레켐비는 치매 초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나타나 미국을 기준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6분의 1가량에만 쓸 수 있다. 이 약은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며,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의 약 13%가 뇌부종이나 뇌출혈을 겪는 심각한 부작용을 보였다. 약가는 연간 2만6500달러(약 3500만 원)에 이른다.
신약 개발 기업 지엔티파마는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크리스데살라진’의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크리데살라진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중증도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구용 치료제다. 임상 2상은 인지기능장애를 겪고 있으면서 뇌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 영상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중등도 알츠하이머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장애 개선 및 질환 치료 효과를 확인한다.
지엔티파마에 따르면 크리스데살라진은 비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질환의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병증, 신경세포 사멸을 모두 줄이며, 질환의 초기는 물론 중기와 말기에 투여해도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이사는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지만 크리스데살라진은 중증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라면서 ”중증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앓는 반려견에서 인지기능장애를 유의적으로 현저하게 개선하고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젬백스앤카엘의 ‘GV1001’ 역시 중증도 환자에게 효능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과 미국, 유럽 7개국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권리는 삼성제약에 기술이전했으며, 3상 IND를 승인받아 준비 중이다. 임상 2상에서는 중증도에서 중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젬백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2상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환자 모집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로, 글로벌 기술이전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아리바이오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구용 치료제 ‘AR1001’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R1001은 신경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 활성화로 인한 신경세포 사멸 및 자가포식 활성화에 의한 독성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고, 윈트(Wnt) 신호전달체계 활성화에 의한 시냅스 가소성을 높이는 등 다중기전을 갖는다.
회사는 지난달 식약처에 글로벌 3상 IND를 제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의료기관과 치매센터에서 150여 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임상은 공동 연구 협약을 맺은 삼진제약과 함께 진행한다.
아리바이오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으며, 유럽에서도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AR1001 글로벌 임상의 전체 규모는 1200여 명에 이르게 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OECD 국가에서 평균 1000명당 16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의 경우 65세 이상 추정치매환자 수는 88만6137명이지만, 2060년에는 332만5602명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