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2만여명 모여…정부 “필요시 업무복귀 명령 검토” 강경 대응 예고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3일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 확충,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이번 파업은 2004년 주5일제 전면도입을 요구하며 파업한 이후 19년 만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산별 총파업 투쟁을 단행했다. 총파업투쟁에는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 총 조합원 6만여 명이 참가한다. 다만,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 1만5000여 명을 제외하면 실제 파업 인원은 4만5000여 명이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2만여 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그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수 1:5 △적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인력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코로나19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노동개악 저지 등을 7대 핵심 요구로 내걸고 교섭을 진행해왔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장마와 폭우도 우리를 막지 못했다. 우리는 7월 13일 역사적인 선별 총파업을 19년 만에 성사시켰다”며 “돈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위원장은 “우리는 환자를 방치하지 않았다”라며 “누가 환자를 방치하고 있는가. 의사가 부족해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 돌다 사망하고 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있고, 의사가 없어서 대리수술, 대리처방 등 불법이 판치고 있다. 이게 진짜 환자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현장에 의료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나 위원장은 “인력 부족으로 욕창 사고, 낙상 사고, 감염사고, 각종 의료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보건의료 노동자의 66%가 이직을 고려하고 신규 간호사 52.8%가 1년 안에 사직하는 현실이다. 필수 진료과도 문을 닫고 있다. 이게 진짜 진료 차질이고 의료공백”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불법 파업, 정치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나 위원장은 “정부 명령에 따라 일반 진료를 포기한 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국민 생명을 살렸는데 코로나19가 끝나니까 토사구팽”이라며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회복기 지원을 확대하라는 파업이 정치 파업이냐. 간병비 고통을 해결하라,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정치 파업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총파업 7대 핵심요구에 대해 사용자와 정부가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무기한 산별총파업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총파업을 대비한 만큼, 큰 의료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파업 참여 의료기관은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CPR)팀을 구성·가동하고 있다. 다만,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지속될 경우, 의료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수도권 A 병원 관계자는 “사전에 총파업 예고를 환자들에게 안내해 병원 방문도 감소한 것 같다”며 “모든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고, 환자 불편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비응급 환자에 대한 수술 일정 변경 등은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는 파업 돌입에 앞서 13~14일 예정된 수술 일정을 모두 미루고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조치를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당정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업무복귀명령을 내릴 만큼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