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돌연 사임…후임자 이갑 부사장 승진 난망, 박현철 부회장도 언급
이완신 롯데그룹 호텔군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가 돌연 사임하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연말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이완신 대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절대적 신뢰를 등에 업은 것으로 평가됐다. 무엇보다 신 회장의 최대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 미션을 이 대표가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12일 공식 사의를 표하면서 신 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18일 진행될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신 회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모여 하반기 경영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는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이 누가 될 지 여부다.
롯데지주 측은 현재 그룹 안팎에서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후임 인사들에 대해서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롯데는 인사 봉투를 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인사로 유명하다. 앞서 이 대표 역시 롯데백화점 출신에 롯데홈쇼핑 대표를 역임한 터라, 그가 지난 연말 인사에서 호텔군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가 될 것으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롯데그룹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의 후임자로 복수의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그 누구도 호텔롯데 경영에 직접 경험한 바가 없는 인물들이다. 이 대표가 출중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 ‘겸직’을 했지만, 후임 인사는 각각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호텔롯데의 1분기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면서도 “(호텔롯데 대표이사는) 무엇보다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큰 미션이 있어 그 누구도 쉽게 감당하기 힘든 자리”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돌연 사임으로 가장 큰 골칫거리는 호텔롯데의 상장 문제다. 롯데그룹은 2017년 본격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비슷한 시기 순환출자 고리도 모두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신 회장이 강조해 온 “뉴 롯데의 투명 경영”도 힘을 받았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지분을 약 11%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 위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건재하고, 그 위에는 ‘광윤사’라는 복병이 있다. 과거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 회장 간에 벌어진 ‘형제의 난’ 당시에도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개입해 사태가 커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상장을 하게 되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희석시켜, 신 회장의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한층 커지게 된다. 재계에서 반쪽짜리 지주회사라는 평을 받는 롯데지주도 보다 완벽한 지주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런 숙제를 해결할 인물로 이완신 대표는 신 회장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숙고를 거듭한 끝에 이 대표가 선임된 배경은 호텔롯데의 상장 미션을 완수할 적임자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은 이미 지난 1분기 호텔롯데의 흑자전환으로 입증됐다.
그랬던 그가 돌연 사임하면서 신 회장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게 됐다. 36년간 정통 롯데맨이자 그의 ‘믿을 맨’을 잃게 되면서 후임자 물색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갑 롯데그룹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이 거론되지만 갑작스러운 사장급 공백 인사에 ‘승진 인사’는 명분을 얻기 어럽다. 이로 인해 롯데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후임 인사로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사장) 겸 롯데그룹 ESG경영혁신실장이 거론된다.
또 다른 유력 인사로는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부회장)가 주목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롯데 경영관리본부, 롯데 정책본부를 거쳐 롯데물산 대표이사로 롯데월드타워의 성공적 개장을 주도했다. 이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역임하는 등 신 회장의 신망이 두텁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임한 지 불과 이틀 여 만에 내정자를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사장급 인사는 신동빈 회장 외엔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