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메가박스 코에스에서 공개된 ‘비공식작전’에 따르면 영화는 1987년 레바논에 현지에 급파된 대한민국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불법 이민 상태로 택시를 몰던 생업형 운전사 판수(주지훈)가 힘을 합쳐 현지에 피랍된 또 다른 외교관을 구출하는 이야기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피랍된 남과 북 사람들의 탈출기를 다룬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2007년 선교차 방문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힌 교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임순례 감독의 ‘교섭’과 유사한 콘셉트다.
1980년대 레바논을 재현하기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의 도시를 돌며 촬영했는데 이 역시 ‘모가디슈’와 동일하다.
제작사와 배급사가 당초 ‘피랍’이던 작품 제목을 ‘비공식 작전’으로 바꿔 작품만의 고유한 인상을 심어주려 애쓴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작품 이야기를 전한 김성훈 감독은 “소재, 이야기의 배경, 장소 등의 유사성으로 세 작품을 비슷하게 볼 수도 있다”면서도 “주재료가 비슷하더라도 셰프가 첨가하는 양념이나 요리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간다’, ‘터널’,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등 개성을 담보한 흥행 장르영화를 다수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기본기는 나쁘지 않다.
미국 발령을 간절히 원하던 외교관 민준이 팀 내 성과를 위해 레바논행을 자처하고, 타국 생활에 지쳐가던 판수가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 정감을 느끼며 위험을 함께 감수하는 작전에 발을 들이는 등 초반 여정은 일정 수준의 설득력을 갖춘다.
다만 장르적 긴박감과 이야기의 완결성 면에서 충분한 차별성을 꾀하지는 못한다.
한국 외교관이 거액의 몸값을 들고 레바논에 입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군벌과 지하조직들은 이를 갈취하기 위한 추적에 나선다. 치열한 교전이나 수 싸움이 예상되는 흐름인데, ‘비공식 작전’은 두 주인공 하정우, 주지훈 사이의 배신과 재협력 등 드라마의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홀로 남은 민준이 궁지에 몰리거나 마음을 바꾼 판수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 등 짧지 않은 분량이 코미디물처럼 연출되는 배경이다. 군벌과 지하조직의 등장으로 두둑이 쌓아둔 긴장감이 가볍게 휘발되고 마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 간 협업이 ‘익히 아는 맛’이라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익숙해서 편안하지만 같은 이유로 새로움은 적다. 하정우의 천연덕스럽고 능청맞은 콘셉트는 ‘터널’ 시절에서 직업만 외교관으로 바뀐 인상이다.
힘없는 외교부 공무원들의 합심을 보여주는 시퀀스나 귀국행 비행기를 앞둔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을 드러내는 대목은 앞선 시간 작품에 얼마나 마음을 내어줬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김 감독은 이날 “대한민국 최초로 외교관이 납치됐다가 20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어떻게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가 몹시 궁금했다”고 연출 배경을 전하면서 “관객이 너무 어둡지 않은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