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이을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산업을 지목하면서 다양한 육성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너무 많은 허들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반도체·배터리 등이 대상인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바이오의약품 관련 핵심 기술‘을 포함시켰다.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하는 대·중견기업은 투자액의 15%, 중소기업은 25%를 세금에서 감면받을 수 있고 올해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에 따라 10% 추가공제도 가능하다.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된 의약품 관련 분야는 아직 백신에 한정돼 있다. 업계는 이를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바이오파운드리 등 바이오산업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이나 임상 등 전방위적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바이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국가들은 적극적인 조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첨단기술선도기업으로 선정되면 최대 15년의 면세 혜택을 주고, 아일랜드는 R&D 비용 세액공제가 최대 37.5%에 이른다.
다만 세제 혜택이 바이오산업 육성의 능사는 아니다. 대기업과 바이오벤처, 전통 제약사 등의 니즈가 서로 다른 만큼 각각의 실정에 맞춘 세세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오벤처들은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 속에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개발 중인 기술을 상품화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지만, 이 과정에서 자금을 확보할 방법은 투자유치나 기술이전 등으로 제한적이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아직 세금을 낼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별로 없다”라면서 “바이오벤처는 세제 혜택보다는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3월 글로벌 임상시험 지원 등 위한 대규모 재정지원을 위해 ’K-바이오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목표는 올해 상반기 5000억 원, 2025년까지 1조 원 규모지만, 실제 펀드 규모는 250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준비하는 기간이 짧아 조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바이오업계는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우선 특례상장 숨통을 틔워 달라고 요구한다.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업계 기업공개(IPO)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35곳에서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에는 13곳에 그쳤다. 2018년에는 기술특례상장기업 21곳 중 16곳이 바이오기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8곳 8곳만 바이오기업이었다. 공모금액은 2021년 4조570억 원에서 지난해 3485억 원으로 급감했다.
전통 제약사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규제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다수는 제네릭 비중이 높아 타격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위·수탁 품목의 관리 책임 규정 위반 시 위·수탁자를 동시에 행정처분하는 경우 위탁자보다 수탁자의 처분이 더 무거운 현행 규정을 위탁자도 수탁자와 같게 강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탁사의 일탈로 발생한 위법행위의 처분 기준을 위탁사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반응이다.
이미 생동성시험을 직접 실시하지 않은 제네릭은 약가인하가 예고됐다. 보건복지부는 계단식 약가제에서 신규 품목의 상한금액 인하 기준인 기등재 20개를 10개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가 넘으면 후발주자가 진입할 때 동일제제 최저가와 38.69% 중 낮은 금액의 85%로 상한 금액을 정하는데, 이를 더욱 옥죄겠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제약사에게 제네릭은 중요한 캐시카우로, 이를 위축시키면 R&D 등 체질개선 노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때까지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