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39명(세종 1명, 충북 15명, 충남 4명, 경북 1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9명(부산 1명, 경북 8명), 부상자는 34명(경기 1명, 충북 13명, 충남 2명, 전남 1명, 경북 17명)이다.
중대본 집계 이후 청주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주검 1구가 추가 수습되면서 지하차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3명, 부상자 9명으로 집계됐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하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옆의 둑이 15일 새벽 폭우로 무너져 하천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 10분 인근 미호강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 30분에는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해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오전 8시 40분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사고 당시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지하차도로 하천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데도 차도 양방향으로 진출입하는 차량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선제 조치가 이뤄졌다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임시제방의 허점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민의 지적도 나왔다.
주민 하 모(71) 씨는 16일 연합뉴스에 “미호천교를 새로 지으면서 다리 끝부분과 겹친 기존 제방 40m가량을 허물어 포크레인 등 공사차량 등이 이동하는 통로로 사용하다 얼마 전 임시로 제방을 설치했다”며 “이번에 붕괴된 제방이 바로 그곳”이라고 짚었다.
이어 “장마 예보가 나오자 행복청이 1주일 전쯤 이곳에 임시제방을 만들었는데 임시제방이 주변 제방보다 턱없이 낮아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졌을 것”이라면서 “문제가 된 신규 미호천교의 끝부분은 주변 제방보다 낮아 공사를 마친 뒤 제방을 다시 쌓더라도 교각보다 낮을 수밖에 없어 이런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정 모(68) 씨는 “유실 사고가 나기 몇 시간 전 미호강 제방은 3m 밑으로 강물이 차올라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임시로 쌓은 둑은 30㎝ 밑까지 물이 출렁였다”며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쯤 문제가 된 임시 제방을 둘러봤는데 굴삭기 1대가 주변의 모래를 긁어모아 둑을 쌓고 있었다. 이렇게 엉망으로 제방을 쌓은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통 통제 등 지방자치단체 측의 선제 조치가 없었다는 점과 행복청의 임시제방 부실 관리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행복청은 임시제방 설치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문제 된 부분의) 기존 제방을 두고는 다리 재가설 공사를 할 수 없어 제방을 일시 허물었다가 장마철을 앞두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작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공사했고, 임시제방은 미호강의 계획 홍수위에 맞춰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임시제방도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천막을 깔고, 흙을 올려 견실하게 만들었다”며 “이번에 홍수 수준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천재지변으로 제방이 유실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