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불신 조장해 ‘정치이득’ 노려
과학 뭉개는 정치 票로 심판해야
‘로마인 이야기’에 ‘페카토 모르탈레’(Peccato Mortale)가 나온다. 라틴어로 ‘용서받지 못할 죄’이다.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죄, 그리고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죄이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에서 정말 ‘용서받지 못할 죄’는 정치인이 세 규합을 목적으로 퍼뜨리는 ‘괴담과 선동’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대신 ‘핵 폐수’란 과장된 용어를 쓰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식적으로 ‘처리 수’(treated water)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처리에 방점을 찍지 않고 가둬 둔 오염된 물이기에 ‘오염수’로 쓰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를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무단 방류가 연상되는 폐수, 그것도 ‘핵 폐수’로 몰고 가는 것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부뚜막 소금은 어떻게 하나”라는, 후쿠시마를 겨냥한 ‘정치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걸어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 동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설령 오염수를 방류한다손 치더라도 ‘해류의 방향’을 감안할 때, 오염수가 한반도에 도달하는 데는 최소한 4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식탁에 오르는 소금이 4년 앞의 바닷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오염수를 아직 방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선 선동이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심각하면 정부가 비축한 소금을 풀 것이고, 계산 빠른 수업업자는 소금을 수입할 것이다. 정치 현수막은 현 정부에 대한 주부의 불신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이다. 민주당은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 7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보고서’ 설명을 위해 입국한 IAEA 사무총장은 입국장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누구도 시위대에 국제기구 사무총장의 입국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권한과 권위를 부여한 적이 없다. 시위대 일부가 주장한 일본 정부의 IAEA 100만 유로 ‘뇌물 공여설’은 실로 국격을 파괴하는 부끄러운 행위다.
민주당은 IAEA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종합보고서’가 공개된 지 불과 2시간여 만에 1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독파하고 “깡통보고서”라는 결론 내렸다. 보고서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 등 11개국 원자력 전문가들이 2년간 검증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해진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와 별도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계획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보고서를 7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계획이 계획대로 지켜질 경우 배출기준과 목표치에 적합하며 IAEA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괴담 공화국’이었다. 괴담의 원조는 좌파 환경단체 및 일부 교수들이 벌인 인천 신공항 건설 반대 괴담이다. “갯벌 퇴적층의 다양한 특성으로 침하의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워 활주로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영종도 일대의 30만 마리에 이르는 철새 떼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괴담을 퍼뜨렸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는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괴담으로 어린 학생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는 북한 어뢰로 인한 침몰이라는 군당국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좌파 진영은 ‘자작극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때는 야당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미국 잠수함과의 충돌설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사드 전자파에 튀겨진 참외’ 괴담이 떠돌았다,
그것도 부족해 이번에 유력 정치인이 후쿠시마 ‘핵폐수’를 노래하고 있다. 괴담과 선동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관심을 끌어 이목을 집중시키면 ‘정치적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괴담의 각인효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간과해 선 안 될 한 가지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광우병 괴담 때는 광화문 근처 자영업자가 근 한 달 영업을 못 했다. 핵폐수 괴담은 영세 횟집에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히고 있다.
광우병, 핵 폐수 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닌 ‘과학’의 문제다.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로 접근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이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다. 과학에 기초하지 않은 괴담을 발설한 정치인들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 이상의 몽둥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