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책임하고 위험한 결정…정치 게임에 고통받아”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러시아의 오늘 결정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타격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협정에 참여하는 것은 선택일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그 이외의 모든 지역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내 제안이 무시된 것에 대해서도 깊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협정 연장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서한에는 러시아 농업은행의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 다시 연결해 해당 은행의 국제 결제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이 담겨 있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도 “러시아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귀한 합의에 또다시 한 방 먹였다”며 “세계에서 가장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타격을 주는 잔혹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 러시아가 정치 게임을 벌이는 사이에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며 “모든 회원국이 나서서 러시아가 결정을 바꾸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결정”이라며 “시중 곡물 공급을 방해하는 러시아의 결정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고 지적했다.
그는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잔인하고 부당한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치솟은 식량 가격을 낮추기 위한 중대한 노력이 돼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밀 등 곡물 가격이 오른 것을 언급하면서 “이미 결정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흑해곡물협정은 흑해로 지나가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7월 22일 공식 체결됐다. 이 협정으로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전쟁 중에도 흑해 3개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었고, 전 세계 식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등 식량난이 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