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2800억원 규모 홍콩 빌딩 대출 손실 위기
한신평 “미래·하나·메리츠·대신證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높아”
한국신용평가는 17일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증권사들의 해외대체투자 리스크에 대해 경고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해외 부동산 펀드가 ‘계륵’이 되어 금융투자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지만, 기준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로 투자자산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부동산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공·사모 합산) 설정 원본 규모 74조4641억 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8년 39조4672억 원보다 90% 이상 증가한 규모다.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은 해마다 몸집을 불리며 2020년 60조 원, 2022년 7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해외 부동산시장에서 대형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부동산 담보대출·부동산 펀드 등의 비중은 24%를 기록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11% 비중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체투자에서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이 지목됐다. 이들 회사는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기 시작된 2020년에도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 비율이 높았다. 당시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 비율은 103%에 달했다. 이어 메리츠증권(70%), 신한투자증권(57%), 미래에셋증권(43%), 한국투자증권(37%), NH투자증권(30%), KB증권(13%), 삼성증권(11%) 등의 순이었다.
올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을 보면 미국이 47%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유럽(26%), 아시아(12%), 영국(8%), 기타(7%) 순으로 나타났다. 용도별 비중으로는 오피스(50%)에 이어 숙박시설(17%), 기타(15%), 주거용(12%), 물류(7%) 등의 순이었다.
해외 부동산발 리스크는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지속,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 우려가 커졌다. 특히, 오피스 부문의 공실률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펀드 수익성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독일 오피스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의 주요 임차인 데카방크가 임대차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펀드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임대차계약은 내년 6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130개 잠재 대주단에 리파이낸싱 관련 문의를 넣었다. 일부 대주는 약정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자산 소유주의 자본금 추가 납입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시장 상황으로 자금 모집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모집에 실패할 경우 해당 오피스가 매각될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임의 매각 절차가 실패한다면 워크아웃 혹은 대주 담보권 행사에 따른 강제매각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 자산의 추가적인 가치 하락과 매각 절차 지연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 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대출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등 투자자들은 2019년 6월 중순위(메자닌)로 해당 빌딩에 당시 환율 기준 2800억 원을 대출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금리가 오르면서 보증을 선 홍콩 억만장자가 파산하고, 빌딩 가격이 급락하자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권리를 행사해 빌딩을 매각했다. 중순위 등 나머지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미래에셋은 “최우선 과제로 본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세부내용이 구체화되는대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댈러스 오피스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펀드는 만기가 내년 3월이지만,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아직 원매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오피스 빌딩에 대한 리파이낸싱(차환)을 고민하고 있다. 만기는 내년 7월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이끄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베이 오피스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폭락으로 2년가량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에 담아 국내에 들여온 뉴욕 소재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The 1551 Broadway Property)’도 손실 구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간한 ‘증권업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2020~2021년 글로벌 유동성 확대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으나 2022년 이후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로 국내외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다”며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자본수익률 제고를 위해 PF 우발채무 등 부동산 익스포저를 확대했으나 부동산 경기가 둔화함에 따라 신용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