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에 이어 김민재의 빅클럽 합류 소식은 축구 팬들을 흥분케했는데요. 축구 변방국으로 불렸던 한국이 ‘유럽 빅클럽 소속 트리오’를 보유하게 된 감개무량한 순간입니다.
18일(현지시간) 뮌헨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나폴리(이탈리아)와 김민재의 이적 협상을 끝냈다. 2028년까지 5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민재는 나폴리(이탈리아)에서 달았던 등번호 3번을 달고 뛰게 됐는데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해보면 뮌헨은 이적료(바이아웃) 5000만 유로(한화 약 710억 원)를 나폴리에 건넸습니다. 김민재의 연봉은 1200만 유로(한화 약 17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김민재는 이번 이적으로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의 이적료를 쓴 건데요. 2015년 손흥민이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옮길 때 발생한 이적료 3000만 유로가 종전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였습니다. 뮌헨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창단 123주년을 맞은 뮌헨은 스페인 프리메라라리가(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레바뮌’으로 유럽 3대 구단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의 우승은 당연지사, 유럽축구연맹(UEFA)에서도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뮌헨은 UEFA에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분데스리가 우승만 32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6회 등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자국 리그에서 10시즌 이상 연속 우승한 팀은 뮌헨이 유일합니다.
김민재는 올여름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선수입니다. 이는 김민재가 나폴리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팀을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9월엔 아시아 선수로서 처음으로 세리에A 이달의 선수상을 받더니, 이후 세리에A 사무국이 발표한 올해의 세리에A 수비수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단숨에 유럽 정상급 센터백으로 성장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죠.
영입전에서 승리한 건 뮌헨이었습니다. 뮌헨은 뤼카 에르난데스, 뱅자맹 파바르의 이탈이 예정돼 있던 탓에 새 센터백이 절실한 상황이었죠. 김민재는 지난달 15일에 논산훈련소로 입소, 이달 6일에 퇴소했는데요. 뮌헨은 김민재의 스케줄에 맞춰 의료진을 한국에 파견해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두고 독일 ‘빌트’는 “뮌헨에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김민재는 6일까지 군 복무를 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뮌헨 메디컬 테스트를 하기 위해 독일로 가는 대신 한국에 머물렀다”며 “이는 뮌헨 역사상 가장 ‘미친’ 메디컬 테스트다. 앞으로 며칠 안에 공식 발표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지에서도 놀란 ‘초특급 대우’였던 겁니다.
뮌헨은 곧장 바이아웃 지급 의사를 밝혔고, 공식 발표가 나기도 전에 장-크리스티안 드레센 뮌헨 CEO가 “김민재는 흥미로운 선수다. 우리와 함께하기를 원한다”며 “아직 발표된 게 아무것도 없지만, 곧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며칠 내로 발표가 날 것 같다”고 실명을 거론하는 등 김민재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죠. 이후 나폴리와 바이아웃 관련 세부 조항 협상을 마무리하고 김민재의 영입을 공식 발표한 겁니다.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에 들어간 선수들은 쟁쟁한 동료들을 제치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합니다. 눈도장을 찍지 못하면 경기에 기용되지 않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죠. 그런데 김민재는 영입과 동시에 ‘주전’ 자리까지 꿰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민재의 영입 발표 이후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에는 뮌헨의 예상 선발 라인업이 게재됐는데요. 두 가지 전형엔 김민재의 이름이 모두 올랐습니다.
이적생들은 주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빅클럽의 경우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그 경쟁이 더욱 힘든데요. 분데스리가는 김민재가 뱅자맹 파바르와 내부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나폴리를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끈 김민재가 주전 자리를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거 축구계 변방으로 취급되던 한국은 김민재의 이적으로 유럽 무대에서 주가를 더욱 높인 모양샙니다.
유럽은 세계 축구의 중심입니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5대 리그는 ‘꿈의 무대’로 불리는데요. 한국은 차범근(70)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1978년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에 입단한 걸 시작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습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차 전 감독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을 거치면서 분데스리가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도 1980년 네덜란드 리그 에인트호번에 입단해 3시즌을 뛰었고, 이후엔 서정원이 프랑스, 안정환이 이탈리아, 설기현이 벨기에 리그에 진출했습니다.
이외에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박주호 등이 유럽에 진출한 바 있지만, 이들의 활약은 ‘특이한 사례’로 조명받았습니다. 개인의 실력이 낳은 간헐적 결과로 여겨질 뿐, ‘한국’은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죠.
그러나 최근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최근 한국 축구를 두고 “‘K-풋볼’ 쓰나미가 유럽을 강타했다”며 “특히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목격된다. 김민재, 이강인의 이적은 최근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언급했는데요. 아시아 선수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르며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손흥민을 필두로, 김민재, 이강인 등이 맹활약하면서 한국 축구에 시선이 쏠렸다는 분석입니다.
김민재 이적 공식 발표에 앞서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PSG) 합류를 공식화했습니다. PSG는 UEFA 랭킹에서 6위를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 제일의 명문 구단인데요. 9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과 2028년까지 계약을 맺게 된 사실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22살의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은 PSG에 입단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강인의 PSG 계약 기간은 5년, 등 번호는 전 소속팀인 마요르카(스페인) 때와 마찬가지로 19번을 달게 됐습니다. 이적료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해보면 2200만 유로(한화 약 314억 원)가 유력합니다.
이때 이강인이 쓴 이적료는 손흥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액수였지만, 김민재의 이번 뮌헨행으로 이강인은 역대 한국 선수 이적료 3위에 안착했습니다. 이강인 역시 지난 시즌 마요르카 소속으로 라리가 26경기에 출전해 6골 6도움을 기록하며 실력을 뽐냈는데요. 라리가 사무국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미드필더’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다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눈도장을 찍은 조규성(25)은 덴마크 미트윌란으로 이적했습니다. 조규성 역시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다수 구단의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전북 현대를 떠나 미트윌란에 입단하면서 유럽 진출에도 성공했는데요. 계약 기간은 5년으로, 이적료는 260만 파운드(한화 약 43억 원)로 추정됩니다.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등도 각각 소속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황인범은 2022-23시즌 소속팀 팬들이 뽑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고, 이재성은 최근 활약을 인정받아 3년 재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스포르트는 한국 선수들을 “개척자”로 칭하면서 “한국 축구가 유럽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민재의 뮌헨 데뷔전은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맨시티와의 프리시즌 경기가 될 전망입니다. 김민재는 입단식을 마친 뒤 곧바로 팀 훈련에 합류했는데요. 뮌헨 구단도 트위터에 김민재가 훈련을 시작하는 모습과 함께 트레이닝장에서 새로운 팀 동료와 차례로 인사하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뮌헨은 29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친선 경기를 치르고, 다음 달 2일에는 싱가포르로 건너가 리버풀과 경기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 8일엔 독일로 돌아와 AS모나코(프랑스)와 맞붙고, 19일엔 베르더 브레멘과의 분데스리가 원정 경기에 나설 예정이죠.
한국 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민재까지 유럽 빅클럽에 진출하면서 ‘빅클럽 트리오’가 현실이 된 건데요. 이제 국내 대표팀 경기에서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같은 선수 소개 자막이 송출됩니다. 스페인 ‘원풋볼’도 이들의 사진을 나란히 올리면서 “한국 축구가 번창하고 있다”고 적었죠. 김민재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펼칠 활약에 기대가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