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의 가르침’은 출간 당시부터 전자책을 무료로 배포하며 독자의 큰 관심을 끌었다. PDF 버전으로 공유돼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 있었던 필명 세이노의 경제 칼럼 여러 편을 단행본으로 모아 출간한 만큼, 사전에 해당 내용을 접한 독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이책 가격도 덩달아 저렴하게 책정했다. 분량은 700쪽이 넘는데 정가는 7200원, 서점 할인 10%를 반영한 값은 6480원이다. 통상 200~300쪽 분량의 책 가격은 1만 원 후반대로 책정된다.
사연은 서문에 잘 드러나 있다. 2001년부터 언론사에 경제 관련 칼럼을 기고하며 팬층을 형성한 저자 세이노는 그간 자신의 글을 단행본으로 내고 싶다는 50여 개 넘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지만 “돈을 벌려고 하는 심사가 뻔히 보여서” 거절했다고 한다.
2021년 6월 ‘세이노의 가르침’ 출판사 데이원으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는 ‘책 가격을 팬카페에서 판매 중인 종이제본 값 6600원 수준에 맞추겠다’는 이야기에 수락했다고 썼다. 이득을 남기기보다는 독자에게 칼럼을 전파하고 싶다는 취지에 설득된 셈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돈을 잘 벌기 위해서 지녀야 할 ‘태도’를 조언한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비슷한 종류의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나 가까운 친척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건 현명치 않다’, ‘넉넉한 가정에서 귀하게 자라 근성 없는 직원이 도리어 문제가 될 수 있다’ 등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내용이 다수다.
차이점은 종종 과감한 어투로 독자를 훈계한다는 점이다. 돈을 벌겠다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같은 책을 읽고 감동받고 있다면 “가야 할 길이 아주 멀다”는 식이다. 비속어를 있는 그대로 표시했고 영업 고위직에 ‘미인계’를 써서 실적을 끌어올린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도 가감 없이 담겼다.
21일 교보문고 관계자는 “’어디에 투자해라’는 식의 이야기보다 돈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자세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2020년 출간된 ‘돈의 속성’과 비슷한 성격으로 내용은 대동소이할 것"이라면서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다르다고 본다. 욕설을 그대로 표현하는 등의 솔직담백한 문체가 더해져 독자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예약판매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나 ‘비욘드 더 스토리’가 단번에 순위를 치고 올라온 때에도 ‘세이노의 가르침’ 판매량은 완전히 일정했다”면서 순위 변동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교보문고는 하반기에도 ‘세이노의 가르침’이 꾸준한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이노의 가르침'의 인기에는 최근 2~3년 사이 인기를 끈 자기계발서계의 추세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0년 출간된 김승호 저자의 ‘돈의 속성’, 2022년 출간된 우석 저자의 ‘부의 인문학’, 지난해 출간된 자청 저자의 ‘역행자’ 등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를 중점에 두고 접근했다.
저자들이 큰 부자로 알려졌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출판사 데이원이 조선일보와 함께 세이노의 자산의 세부 구성과 납세 기록 등을 살펴본 뒤 세이노의 순자산이 최소 1000억 원 이상이라고 결론내렸다. ‘돈의 속성’의 김승호 저자는 지난해 외식기업 스노우폭스를 6억2100만 달러 (한화 약 7970억 원)에 매각하는 등 자수성가의 상징으로 언급된다.
허희 문화평론가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에게 ‘경제적 생존’에 대한 압박감이 큰 고민으로 자리하고 있다”면서 “이 사회를 살아내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게 ‘경제적 여유’라는 데 공감하고, 어떻게 하면 도태되지 않고 부를 이룬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인기의 원인을 짚었다. “시대의 무의식이 베스트셀러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다만 “’역행자’는 순행 대신 역행을, ‘세이노의 가르침’은 남들이 예스(Yes)라고 할 때 노(No)를 하라고 권한다는 점에서 결국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살라’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계발서가 하라는 대로 매몰된다면 그 자체로 모순이 될 것”이라고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