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 틀 때마다" 영화감독 보상 논쟁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3-07-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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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대리진행한 프랑스 저작권관리단체(SACD)와의 개별협약을 통해 '재상영료'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은 모습. (한국영화감독조합 유튜브)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주도로 논의돼 온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위’)에서 의결 보류된 가운데, 기존에 없던 '재상영료’ 개념의 보상권 법적 도입을 두고 이해당사자들의 찬반이 치열하게 갈리고 있다. 보상을 요구하는 영화감독과 작가는 “정당한 보상”이자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제도라고 주장하는 한편, 보상을 요구받는 입장인 IPTV와 OTT등 플랫폼 사업자는 “추가보상”, "이중보상"임과 동시에 신규 콘텐츠에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가 될 거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박찬욱 감독 ‘재상영료’ 프랑스서 받아왔다

국내에서 영화감독은 통상 제작사와 사전에 연출료를 명시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고 지적재산권(IP)을 양도한다. 때문에 작품이 완성된 뒤에 IPTV나 OTT에서 방영되는 경우에는 따로 보상이 없는 상황이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 이후 황동혁 감독이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상황에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재상영료' 개념의 보상권을 요구하며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와 프랑스에서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2년 전 한국영화감독조합이 프랑스에서 저작권관리단체(SACD)와 개별 협약을 맺고 박찬욱 감독의 단편 ‘파란만장’, 장편 ‘JSA 공동경비구역’, ‘친절한 금자씨’ 등의 재상영료를 찾아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당시 박찬욱 감독은 “잃어버린 권리를 찾게 돼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후 스페인 영상물 저작관리단체(DAMA), 아르헨티나 영상물 저작관리단체(DAC)로부터도 현지에서 시청된 한국 감독들의 연출작에 대한 저작보상금을 대신 지급받아 감독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24일 양상헌 한국영화감독조합 해외사업팀장은 “현재 미국의 경우도 단체협상 형식으로 감독과 작가에게 관련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작가조합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지 창작자를 초대해서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의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플랫폼 입장선 "'추가보상' 근거 없어, 당연히 반대"

지상파, IPTV, OTT 등 플랫폼사는 지난달 26일 문체위 법안심사소위를 하루 앞두고 공동성명서를 내 이 같은 법제도 개선에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OTT협의회 등 5개 단체가 미디어플랫폼저작권대책연대(이하 ‘플랫폼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여 “국내 영상 산업 전반이 함께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법 개정으로 인해 플랫폼사가 감당해야 할 연간 경제적 손실은 1000억 원 대로 추정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발표한 ‘영상저작물 수익분배 제도의 산업 영향분석 연구보고회’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플랫폼사가 감독, 작가 등에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상금 규모는 1128억 원 가량이다. 2022년 작품 기준에 2.5%의 요율을 적용한 것이다.

상세 분류해보면 극장 등 영화 상영 플랫폼이 398억 원, 지상파 등 방송 상영 플랫폼이 392억 원, 넷플릭스 등 OTT사업자는 338억 원 규모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이 해외 감독들의 작품에까지 적용될 경우 부담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티빙, 웨이브 등 누적 적자가 확대 중인 국내 사업자의 경우 신규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영난이 가중될 거라는 우려도 크다. 이날 한 국내 OTT 관계자는 "제작 단계에서 (감독, 작가에 대한) 보상이 이미 이루어진 상황인 데다가 플랫폼사업자가 '추가 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근거와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 당연히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넷플릭스 등 해외에 기반을 둔 사업자와 국내에 기반을 둔 사업자의 법적 구속력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동일한 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국내 사업자가 더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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