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무관 다자녀가구 이자 최소 15.5억 내줘
서울시가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및 대학원생 중 선별해 이자를 전액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지난 10년간 들어간 예산만 200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소득 상관없이’ 다자녀가구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사업 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본지가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소속 황철규 의원(국민의힘·성동4)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 상반기 총 1만5865명의 대학·대학원생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2022년 7~12월분) 16억6700만 원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은 소득 8분위 이하 및 다자녀가구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소득 7분위 이하 및 다자녀가구 1만2224명에 13억6100만 원, 소득 8분위 2868명에 1억8100만 원, 소득분위 없는 대학원생 773명에 1억2500만 원의 이자를 지원했다. 문제는 다자녀가구의 경우, 소득을 따지지 않고 이자를 전액 내줬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만 다자녀가구 3400명이 3억7700만 원의 이자를 지원 받았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미청단)은 ‘대학생 학자금대출 이자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자를 지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조례 시행규칙 제4조는 ‘소득 7분위 이하 또는 다자녀가구에 해당하는 서울지역 대학생인 경우 발생이자 전액을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가 제정된 건 2012년으로 지금까지 연간 2차례, 약 20억 원씩 총 200억 원가량의 서울시 예산이 학자금 대출 이자로 들어갔다. 소득 상관없이 다자녀가구에 돌아간 금액은 15억5000만 원으로, 2016~2018년은 집계에 빠져 최소한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청단은 올해 1~6월 발생한 이자를 지원받을 청년을 모집 중이다. 5월 조례 개정으로 다자녀 기준이 3명에서 2명으로 완화된 만큼, 지원 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소득 상관없이 다자녀가구가 이자 지원 대상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미청단은 조례에 ‘다자녀가구’가 포함돼 있고, 다자녀 관련 조례가 저출산 극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사회에 첫 진출하는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의 사업에 ‘저출산’을 갖다 붙인 것인데,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이 출산율 제고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곤두박질쳤고, 특히 서울은 0.59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꼴찌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저출산) 효과가 있겠나. 명분쌓기일 뿐”이라며 “(청년사업이라는) 원래 정책에 집중하는 게 효과면에서 낫다”고 평가했다. 같은 연구원의 윤성만 연구위원도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때리지 않고, 정책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고려가 없다”며 “요즘은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도 많이 낳는다. 다자녀라고 무턱대고 지원하는 것도 재고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