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사업 백지화, 불가피한 선택"…의혹 반박
與 "정쟁 아닌 사실관계 확인하는 자리"…元 엄호
여야는 26일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주질의에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과 미흡한 자료 제출 등 태도를 지적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원 장관은 의혹에 불을 붙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이재명 전 대표 등 야당 전현직 대표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맞불을 놓는 등, 사실관계 규명보다는 사과 여부를 둘러싼 정쟁에 상당한 시간이 허비됐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토부는)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다 갑자기 지난 일요일 자료를 공개했는데 그 과정과 내용이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특혜 의심을 훨씬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 23일 공개한 자료 중에는 그보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공식 요청한 자료도 있는데, 당시 국토부가 자료 미존재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 거짓말이라는 지적이다. 그밖에 최 의원은 국토부의 핵심자료 부분 공개·조작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국민 거짓말 자료 공개 쇼"라며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원 장관의 사과부터 받고 현안질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국토부는 야당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괴담'이라며 버젓이 홈페이지에 올렸다"며 "원 장관의 분명한 사과와 문서 조작 책임자 규명 없이 회의를 시작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장관에 대한 사과 요구는 전체적인 태도 문제"라며 "장관 태도관계상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를 거절하며 해당 논란을 확산한 야당 전현직 대표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그는 "보고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사과부터 하라는 건 순서에 맞지 않다"며 "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건 이해찬 전 대표가 난데없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을 말했고, 이재명 대표가 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면서 왔기 때문이다. 사과한다면 이 사태를 거짓선동으로 몰고 온 민주당 전현직 대표부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거부·고의 누락·조작 의혹도 조목조목 해명했다. 원 장관은 "15차례 설계 회의 보고서가 없다고 한 것은 보고서 없이 도면만 놓고 구두회의를 했기 때문"이라며 "폴란드 출장 다녀오고 메모 자료까지 다 모았고, 우리가 작성한 자료가 아님에도 용역 회사 자료까지도 동의를 받아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고의 누락·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굳이 따지면 국토부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인데 왜 숨기겠나"라며 "실무자에게 물어보니 자료가 방대해서 단기간 작업할 때 실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7월 6일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을 잘했다고 생각하나'라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데 일개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할 수 있나"라고 추가 질의하자 원 장관은 "고속도로 추진, 정책 결정은 국토부 장관의 책임과 권한"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자리라며 원 장관 엄호에 집중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이렇게 정치적 공세를 하면 오늘 상임위 방향이 과연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사과 운운하면 이 회의는 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도 "오늘 현안질의는 정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학용 의원은 "(의혹) 보도가 나오고 한 달이 넘었는데 양심선언이나 외압 받은 사람이 나온 게 없다"며 "관련 집단 속에는 민주당 지지자도, 우리 지지자도 있는데 어떻게 일일이 막아 노선을 거짓 변경하나"라고 지적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한명희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에게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근거와 타당성조사 용역사가 먼저 대안 노선을 제시했는지 여부 등을 질의하며 원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 과장은 "타당성조사 업체에서 대안 노선을 계속 검토하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는 타당성조사 용역사의 대안 제시를 검토하고 지자체 의견 수렴이 다 반영돼서 올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공개된 노선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두물머리 인근 국도 6호선 교통량 분산을 위해 추진됐다. 경기 하남 감일동에서 양서면까지 27km를 잇는 해당 사업은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 지난해 타당성조사 용역 공고 등에서도 종점은 양서면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국토부 발표에서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됐고, 인근에 대통령 처가의 토지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야권 공세가 거세지자 원 장관은 지난 6일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