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이 단수 기술평가를 통해서도 특례 상장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 특례 상장’을 신설하는 등 특례상장 요건을 완화한다. 이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율 강화도 추진한다.
27일 금융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바이오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자본시장연구원 등과 함께 민관 합동 관계 기관 회의를 개최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을 위한 14개 과제’를 확정 및 발표했다. 이는 6월 20일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기술특례상장 제도 주요 개선 방향을 밝힌 뒤 한 달 여 만에 이뤄진 후속 조치다.
이날 확정된 개선방안에는 상장 신청-심사-사후관리 등 전 단계에서 제도와 집행 관행을 개선하는 14개 세부과제가 포함됐다. 세부과제는 △첨단기술 기업 단수 평가 허용 △최대 출자자 요건 완화 △기술 특례 상장 제도 유형 체계화·합리화 △거래소 유인구조 개선 △기술특례상장 제도 홍보 확대 △상장 재도전 기업 신속 심사제도 도입 △거래소-금감원 정보공유 등 문호 확대 7개 과제와 △표준기술평가모델 고도화 △평가기관 참여 유인 제고 △상장심사 기술 전문성 제고 △주관사 책임성 제고 장치 제도화 △합리적 공모가 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영업실적 공시 구체화 △기술특례상장 종목 주가 및 주관사 정보제공 강화 등 규율 강화 7개 과제다.
금융위는 첨단기술 기업이 상장 신청 단계에서 단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초격차 기술 특례’가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딥테크·딥사이언스 등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중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검증받은 기업은 단수 기술평가를 통해서도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기술 특례 상장 신청 기업은 시가총액 5000억 원 미만인 경우 2개의 기술 평가가 있어야만 상장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대상은 과기부가 지정한 국가전략기술육성법상 국가전략기술(12개 분야 50개 기술) 또는 산업부가 지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국가첨단전략기술(4개 분야 17개 기술) 기업이면서 시가총액 1000억 원 이상, 최근 5년간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 원 이상인 기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소재·부품·장비 업종에 대해서만 허용되던 단수 기술평가 대상을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기술 기업으로 확대하면서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진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해 투자자 보호 측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금융위는 초격차 기술 특례 대상 기업은 중견기업이 최대 출자자이더라도 기술특례상장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단, 최대 출자자인 중견기업의 출자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해 중견기업이 본인의 유망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상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을 방지할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복잡했던 기술 특례 상장 제도도 체계화·합리화될 예정이다. 향후에는 기술력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 트랙’, 사업모델이 차별적인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고, 그에 맞는 전문기관의 심사를 받게 된다. 6월부터 8차례 개최된 거래소의 ‘찾아가는 기술 특례 상장 설명회’도 분기 별로 정례화해 기술 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를 높여 상장 준비를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심사단계에서는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상장심사 참여를 늘린다. 거래소 상장위원회 위원 9명 중 기술 전문가가 최소 2인 이상 포함되도록 하고, 기술 전문가 풀을 과기부 국가연구자정보시스템(NRI)과 연계해 확대하는 등 전문가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또한, 국책연구기관 기관평가지표에 ‘거래소 기술 특례 상장 기술평가 참여 실적’을 추가해 국책연구기관의 기술평가 참여도 독려할 방침이다.
또한, 상장에 실패한 기업들이 상장을 재도전할 경우 ‘신속심사제도’를 적용해 단수평가를 허용하고, 심사 기간도 45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와 금감원 증권신고서 심사 간 중복되는 심사 요소에 대한 양 기관의 사전 정보공유 절차도 마련한다. 금융위 측은 “상장심사에서 증권신고서 심사에 이르는 기업공개(IPO) 절차 간 유기적 연계가 강화되고, 신속성도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특례 상장 기업이 상장 후 2년 내로 상장 폐지되거나 관리·투자 환기 종목으로 지정되면 해당 기업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이후 기술 특례 상장을 주선할 때 풋백옵션을 6개월간 부과하거나 인수 주식 보호예수기간을 연장하는 등 상장 주관사의 책임도 강화된다. 또한, 주관사 별 기술 특례 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를 거래소 전자 공시 시스템(KIND)을 통해 시장에 비교·공시하도록 해 주관사의 우수기업 발굴 역량을 시장 참여자들이 비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정을 추진한다.
기술 특례 상장 기업의 상장 이후 영업실적 공시도 강화되며, 상장 추진 당시 영업실적 추정치와 실제값의 비교·차이 분석에 대한 기재 방식도 투자자들이 알기 쉽게 표준화된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번 14개 추진과제의 후속 조치를 연내에 모두 완료할 예정”이라며 “이후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기술 특례 상장 제도가 혁신 기업과 우리 경제에는 성장 동력을, 투자자에게는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은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