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가 될 때까지 싸웠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법률서비스 제공을 두고 변호사 단체와 오랜 갈등을 펼치고 있는 로톡의 하소연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주제로 제7차 KOSI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이같이 말하며 2015년 대한변협이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뒤 8년간 진행된 갈등을 설명했다.
엄 이사는 “수사기관에 4번 고발돼 4번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고 공정위 신고, 헌법재판소 심판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모두 이겼다”면서도 “그럼에도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대한변협이 가진 무소불위의 재량권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 등록 사무와 징계권을 변협에 줬을 때 특정 스타트업을 괴롭히라고 준 것은 아닐 것이 명백하지만, 변협은 그렇게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개발도상국 중 리걸테크 기업이 없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독점하는 자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대부분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엄 이사는 “법률시장은 가장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이라며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법률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법률 서비스 대중화에 기여해왔다”고 강조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기존 산업은 기존 기술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므로 항상 신기술과 신서비스를 탄압하게 마련이다”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중립을 지키는 것은 결국 기존 산업의 편을 들어 해당 산업의 성장을 돕는 시장의 역할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로톡과 변협의 갈등에 대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AI를 어서 개발해 국내 법률산업과 법률데이터를 지켜야 할 상황에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아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엄 이사는 “정부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지연시키는 것만으로도 기득권의 편을 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을 끌면 결국 시간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스타트업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그 누가 로톡에 투자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닥터나우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송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서비스지만 재진 제한, 대상 환자 제한, 약 배송 제한, 배송 가능 지역 제한 등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스타트업들이 교섭 권한을 가지거나 협상 권한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연장해 우호적으로 냈다고 하지만 타다 금지법처럼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 변호사는 “원격진료와 원격수술 기술을 조속히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과제”라며 “코로나 3년 동안 충분한 임상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낡은 논리로 의료산업의 디지털전환을 늦춘다면 이미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해외 원격의료 플랫폼에 의료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재용 넥스트 유니콘 대표는 “민간 차원에서 투자 활동이 늘어날 수 있도록 규제나 지원에 대한 내용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서치 실장은 “디지털 전환이 펜데믹으로 가속화됐고, 규제 측면에서도 안전성 우려로 막혀있던 것들이 억지로라도 제한적으로 풀렸었다”며 “별다른 사고 없이 잘해냈고, 테스트를 해봤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규제를) 풀어주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동윤 원장은 “벤처·스타트업이 제도적 규제와 구산업과의 마찰로 혁신의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