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의협 회장 “의료전달체계 붕괴, 인력 쏠림 가속화될 것”
대한의사협회가 수요에 비해 병상이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지역별 적정 병상 수급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은 28일 의협 회관에서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 및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적정 병상 수급 시책 마련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25일 공표한 ‘OECD 보건통계 2023’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1년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평균(4.3개)의 2.9배이며, 급성기 치료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 평균(3.5개)의 약 2.1배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병상 수가 가장 많은 상황인데도 수도권에서만 9개 대학병원이 11개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2028년이 되면 수도권에만 6600병상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 간 병상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불러오고, 건강보험재정 악화, 의료인력 쏠림 현상 가속화 등을 유발하게 될 것”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필수의료 살리기를 강조하는데, 수도권 분원 인력 쏠림현상에 대해 강력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수도권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이 의료전달체계를 흔들고 결국 의료시스템을 붕괴시켜 보험료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우 원장은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2010년 5.9%에서 2019년 8.2%로 급증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경상의료비는 지속 증가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의 병상당 요양급여비는 각 3억7500만 원, 1억5100만 원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6200만 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병원 이상 병상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서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의료기관은 1.8%, 요양병원은 2.6%씩 증가했고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26년에 일반병상은 최대 4만7000개, 요양병상은 3만5000개가 과잉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정부도 적절한 병상 공급을 위해 정책적 방향을 설정 중이다. 2019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립한 병상의 기본 시책에 적합하지 않은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를 할 수 없다. 복지부는 병상 수급 기본 시책을 마련하고 있으면 이르면 8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상운 의협 부회장은 “보건복지부와 정책당국에 병상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수년 전부터 건의해왔다. 익히 예측 가능했던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정부의 병상 수급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정부에서 관리하고, 인허가 단계부터 개입해야 한다. 지역별 적정 병상 수급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