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마켓 거래소 자본잠식 상태 대부분.…준비금 마련 어려워
선명해진 은행 가이드라인에 일부 거래소는 원화 진입 호재
은행연합회 실명계정 운영지침 발표로 코인마켓 거래소 희비가 엇갈렸다.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는 은행연합회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그간 실명계좌 계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요구해왔다. 업계는 이번 실명계정 운영 지침 발표로 원화 거래소가 갖춰야 할 기준이 제시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모든 코인마켓 거래소가 은행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침에 따르면 은행은 올해 9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에 30억 원 이상의 준비금 적립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코인마켓 거래소 재정상황상 수십 억 원의 준비금을 마련해두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13일 코인마켓 거래소로 구성된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XA)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지급 중인 5개 은행에 실사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이날 김석진 플라이빗 대표는 “공문을 제출하게 된 이유는 공정한 룰에서 서비스 기준이 있다면 우리도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코인거래소 전부에게 (실명계좌를) 달라는 게 아니고 공정한 심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실명계정 운영지침이 코인마켓 거래소에 실명계좌 계약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마켓 거래소 입장에서 지금껏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어떤 부분을 노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관점이 있었다”며 “은행연합회 발표는 금융위원회와 은행을 논의 후 발표하는 만큼 정량적인 지표가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거나 자본금이 적어 수십 억 원의 준비금을 상시 마련해두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오지 않는 이상 준비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 상황상 외부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준비금 대안이 될 수 있는 보험 가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 제3조에 따르면 은행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하여 준비금을 적립하거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할 것을 요구한다. 시장에는 아직 가상자산 관련 보험이 확립되지 않았을뿐더러 원화 거래소에 비해 내부통제 인력이 부족한 코인마켓 거래소가 보험에 가입하기는 어렵다.
올해 2월 국제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가 발표한 2022년 말 기준 가상자산사업자 ACAMS 국제 자격증 취득자 현황에 따르면 원화 거래소 인력이 보유 중인 자금세탁방지 관련 자격증은 평균 16개인데 반해, 22개 코인마켓 거래소가 보유한 자격증 평균은 2.9개다. 코인마켓 거래소가 보유한 자금세탁방지 관련 자격증은 원화 거래소에 비해 5분의 1수준에 못 미친다.
다만, 이번 지침 발표로 원화마켓 진입이 가까워진 거래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중소기업현황시스템에 따르면 후오비는 자본 총계 26억 원으로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것과 다른 모습이다.
또한, 국제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 가상자산사업자 ACAMS 국제 자격증 취득자 현황에 따르면 후오비는 CAMS 자격증 21개 보유 중으로 원화 거래소보다도 많아 내부통제 인력 또한 충분하다. 더불어 지난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인수한 오케이비트는 지난해 자본금을 26억 원으로 증자하며 탄탄한 배경을 증명하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원화마켓 진입을 준비 중인 일부 거래소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지만, 비교적 높은 허들에 사업을 포기하는 거래소들도 생겨날 것 같다”라고 예측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최우선 목표가 원화 거래소 지위 획득인 만큼 은행이 요구하는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거래소는 아예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