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가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학적 성취의 중심축을 담당한 프로덕션 디자인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면서 “한국영화 프로덕션 디자인을 조망하는 최초의 본격 전시로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를 개막한다”고 전했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영화를 시각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도록 전체 외양과 미술을 전담하는 작업을 뜻한다. 칸영화제 벌칸상을 수상한 류성희 미술감독도 영화 ‘아가씨’에서 이 작업을 총괄한 것이다.
전시에서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 프로덕션 디자인을 준비하던 과정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자료가 전시된다. 영화 속 벽지가 디자인되는 과정, 도면, 3D 스케치, 현장 세팅 이미지 등이 공개된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 거북선, 판옥선, 안택선(왜선)을 디자인한 조화성 미술감독의 지난 영화 준비 과정도 관람객과 만난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초록물고기’(1997)를 시작으로 ‘친절한 금자씨’(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신세계’(2013), ‘내부자들’(2015), ‘완벽한 타인’(2018) 등 굵직한 한국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바 있다.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개봉 예정)에서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 덕에 규장각 사료를 토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함선을 디자인하고, 배에 사용된 목재의 색감과 두께 등도 계산해 설계했다.
전시에서는 사료를 토대로 조사한 이미지로 영화 속 배를 디자인한 ‘이미지 맵’, 배의 도면, 3D 그래픽 모델링 작업물 등이 공개된다.
‘킹메이커’(2022), ‘길복순’(2023)의 미술을 담당한 한아름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작업물도 관람객과 만난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이미지화하는 ‘콘셉트 디자인’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28일 시작한 한국영상자료원 기획전시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는 11월 18일까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