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인프라 보급으로 전기차 소비 독려
이면에는 테슬라의 데이터 독점 우려 존재
현대차ㆍ기아ㆍBMW·메르세데스-벤츠 등 7개사의 전기차 충전 동맹이 테슬라의 '데이터 독점 방어'라는 점에서 부각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충전기 시장 독점 이슈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 패권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GM, 혼다, 스텔란티스 등 7개 완성차 업체는 최근 북미 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발표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북미 전역의 시내에 고속도로에 최소 3만 기의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충전 규격은 기존의 미국 표준인 DC콤보(CCS)와 테슬라 충전 규격인 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해 모든 전기차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경쟁 업체들이 뭉친 표면적 이유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확보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이번 프로젝트 투자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현대차 비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테슬라의 데이터 독점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전체 고속 충전소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테슬라의 충전소 ‘수퍼차저’는 충전뿐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접점이다.
슈퍼차저의 충전기에는 2개의 통신 단자가 있는데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와 충전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퍼차저를 이용하려면 테슬라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 정보를 수집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충전 동맹을 결성한 건 단순히 전기차 충전 규격 문제라기보다는 충전기를 통해 데이터가 테슬라로 넘어가는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 충전기를 쓰게 되면 현대차 고객 정보가 전부 테슬라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역시 테슬라 충전기를 사용함으로써 각종 데이터가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앞서 6월 ‘2023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김흥수 GSO 담당 부사장 역시 “테슬라 충전 인프라에 참여하면 당장 많은 충전소를 쓸 수 있겠지만, 많은 데이터와 부가서비스 등이 테슬라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7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테슬라가 데이터까지 독점하면 전기차뿐 아니라 충전기와 배터리 등 전기차 생태계 전체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
충전기로 수집한 데이터는 새로운 부가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원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충전기를 쓴다면 경쟁사가 보급한 전기차의 충전 주기, 충전율, 주행 거리, 동선 등 모든 빅데이터가 흘러간다는 것”이라며 “이 데이터가 결국에는 배터리 교체나 충전기 사업 등 미래 전략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