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처음 보는 이병헌…‘콘크리트 유토피아’ 그악스런 얼굴에 “나도 깜짝 놀라”

입력 2023-08-01 17:08수정 2023-08-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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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이병헌

▲ 9일 개봉하는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입주민 대표 영탁 역을 맡은 이병헌 (사진 제공 = BH엔터테인먼트)

‘연기 귀신’이라고 불릴 만큼 감정 표현이 정확하고 섬세한 배우 이병헌도, 이번만큼은 자기 연기에 놀랐다. 이달 9일 개봉하는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 인터뷰를 위해 1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이병헌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지진 이후 아파트로 몰려드는 외부인을 그악스럽게 바깥으로 내모는 입주민 대표 영탁 역을 맡아 극단적인 감정을 실감 나게 표현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내 표정이 그랬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고 운을 뗀 이병헌은 “모니터를 보고 나도 못 봤던 얼굴이 나와 놀랐었다”고 자기 연기를 돌이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영탁은 처음에는 다소 어수룩한 듯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지진 이후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황궁아파트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입주민 대표 자리에 오른 뒤부터는 점차 권력의 맛을 본 괴인으로 변모한다. 격정적인 몸싸움 대열에 껴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치는 그의 얼굴에는 전에 본 적 없는 종류의 세속적 잔혹함이 묻어 있다.

그는 “지진 때문에 세상이 다 무너졌는데 우리 아파트 하나만 살아남았다는 작품 설명을 처음 듣고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결심의 계기를 전하면서 “이번 작품은 여러 인간 군상과 그들이 벌이는 갈등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영화”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언론시사회 이후 평단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는 이야기에는 “엄태화 감독님이 후반작업에 모든 정성을 다 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집과 음향 등이 완성도 있었던 것 같다”고 은근한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주인공 영탁을 연기하는 과정에서는 불안감도 있었다고 한다. 극이 진척됨에 따라 입장과 태도가 변화하고 최종적으로는 감정을 극단으로 끌어올려 터뜨리는 대목까지 소화해야 했던 까닭이다.

그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상황을 상상하는 건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서도 “극단적인 감정을 연기할 때는 늘 불안하다”고 했다. “내 주관적인 판단 때문에 인물이 과잉으로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무언가를 더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서 너무 자제해 그 감정이 모자라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건 결국 관객의 우호적인 반응이다. 작품 개봉을 앞두고 대중의 평가를 가늠하기 위해 진행하는 비공개 시사회에 “늘 마스크를 끼고 조용히 참석한다”는 그는 “관객이 캐릭터에 동화되고 그 정서를 이해하는 순간 큰 안도감과 행복감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 동안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냈다고 한다. 영탁이 주민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대목, 입주민 대표로 선출된 뒤 외부인의 침입에 최초로 맞서는 순간 등 인물이 처한 상황과 특성을 보여주는 지점마다 그의 크고 작은 의견이 반영됐다.

이병헌은 “외부인을 쫓아내기 위해 싸울 때 누군가가 몽둥이로 나를 때리는 장면”을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손꼽으면서 “그 무시무시한 순간에 살짝 웃을 수 있는 코미디 같은 것이 곁들어 있다. 우리 영화 색깔과 굉장히 잘 맞는 지점”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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