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꽃길만 걷는다면...

입력 2023-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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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성장을 위한 여러 운동 법칙 중에 ‘과부하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너무 적은 부하, 즉 가벼운 무게로 운동하면 근육에 거의 자극을 안주고, 그렇다고 너무 무거운 부하를 주면 근육과 관절 조직에 치명적인 부상을 줄 수 있다. 대신 적당한 정도의 무게로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 안전하고 지속적인 근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원리다.

마음의 성장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소년기에 심한 좌절, 불안, 우울, 열등감에 휩싸여 잠 못 이루던 수많은 밤을 보낸, 슬픈 표정의 한 소년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부정적인 감정 경험은 -정신과 의사라는 목표를 향해 외길로 평생을 전진해 나가게 해 주는-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원료가 되었다. 대학생 때 겪은 실연의 경험, 그 쓰라렸던 아픔이 없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전반적인 실체의 반쪽밖에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우리 아이는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제 인생은 행복으로 가득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새해 좋은 일만 있으시기를요.” 진료실에서 주로 듣는 환자분들의 바람이다.

가끔 이런 사고실험을 해 본다. 선사시대, 긍정적인 감정을 주로 느끼는 유전자를 가진 부족민과 그 반대인 집단이 있었다면, 어떤 쪽이 생존해 후세에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길 수 있었을까? 줄곧 기쁨, 사랑, 성취감, 안전감 등의 긍정적인 감정에만 둘러쌓여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적절한 정도의 고통, 슬픔, 분노, 패배감 등의 감정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 최근 소개되고 있는 ‘수용전념치료’에서는 부정적인 감정도 받아들이고, 포용할 것을 권하고 있기도 하다.

건강염려증을 심하게 겪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이 있다. 그는 잦은 건강검진 덕(?)으로 폐암을 조기 발견하여 완치 판정을 최근 받았다. “당신의 불안이 그동안 힘들게도 했지만, 당신에게 큰 은혜를 주었다는 것을 인정해요.” 그의 흡족함으로 가득한 눈빛이 따사롭게 내 얼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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