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테마주가 뜬다고?…“학계 검증 거쳐야” 현재 상황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02 15:57수정 2023-08-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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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6일 김현탁 박사 이름으로 사이언스캐스트에 게재됐다. (출처=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처)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테마주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는 한국 연구자들이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쓴 두 개의 논문이 공개됐는데요. 저자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이 회사의 연구자들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근무했던 김현탁 박사도 저자에 포함돼 있었죠.

이들은 논문을 통해 상온과 상압에서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성 물질 합성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리와 납을 이용해서 새로운 형태의 분자 구조를 지닌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건데요. 이 물질의 이름을 ‘LK-99’로 명명했죠.

초전도 현상은 극저온 환경에서만 구현 가능했기에 이들의 상온 초전도체 구현 주장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21세기 최고의 발견’이 될 것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죠.

다만, 논문이 공개된 후 과학계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초전도체는 자기부상열차, 양자컴퓨터, 핵융합장치 등 개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소형 발전기를 통해 초고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송배전 설비, 배터리도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특히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량도 대폭 줄어들어 환경친화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상용화’만 된다면 말입니다.

문제는 초전도체를 상용화할 방법이 지금으로선 막막하다는 겁니다. 현재 기술로서는 영하 200도가량의 극저온, 혹은 대기압 100만 배의 초고압 환경에서만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2020년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재현 불가’ 문제로 철회되기도 했습니다.

즉 한국 연구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초전도체 상용화의 지름길이 열린 셈입니다. 특히 논문 속 초전도 물질 제작 방법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는데요. 전 세계 연구진은 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직접 검증에 나서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방법이 간단하니 실험이라도 해보자는 겁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LK-99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초전도체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죠.

이에 주식시장의 관심도 치솟고 있습니다. 초전도체가 2차전지에 이어 ‘주도주’ 바통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주 현황과 유의해야 할 점까지 살펴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매수세 몰렸다…서남·덕성·신성델타테크 등 관련주 ‘훨훨’

초전도체 관련주는 지난달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습니다. 5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관심이 쏠렸는데요.

서남은 2일 개장하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습니다. 1일에도 상한가로 거래를 마친 서남은 모터 및 발전기용 고온 초전도 선재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 중인데, 2세대 고온 초전도 선재 제조 기술과 이를 이용한 고자장 자석 제조기술을 주력으로 다루며 초 고자장 자석 설계 및 극저온 환경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날 오전 9시 15분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30%)까지 올라 8450원에 도달했습니다.

이날 덕성, 신성델타테크도 상한가를 찍었습니다. 덕성은 과거 초전도체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력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되고, 신성델타테크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벤쳐캐피탈 주식을 약 52%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모비스, 원익피앤이도 상한가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면서 초전도체 관련주로 몰린 투심을 보여줬습니다.

이에 최근 주도주로 각광받은 2차전지 주의 바통을 초전도체 관련주가 넘겨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55분 기준 에코프로비엠은 4.04% 떨어진 39만2000원에, POSCO홀딩스는 3.22% 떨어진 60만1000원에 거래됐고, 에코프로와 엘앤에프는 각각 2.40% 떨어진 117만9000원과 1.41% 떨어진 24만4000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들 종목은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는데요. 그간 2차전지 관련주에 쏠렸던 수급이 초전도체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 해외 누리꾼이 ‘초전도체 뉴스를 접한 벤처기업들’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영화 ‘토이스토리’의 장면을 공유했다. (출처=트위터 캡처)

미국·중국서 ‘LK-99’ 합성 관련 긍정적 의견 내놓기도…“‘세빛진짜둥둥섬’ 본다”

최근엔 LK-99에 대한 해외 연구진의 분석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습니다. 시니드 그리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은 아카이브에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초전도체들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는데요.

그리핀 연구원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LK-99의 전자의 구조 변화를 시뮬레이션했으며, 그 과정에서 페르미 표면 현상과 비슷한 수준의 전자 에너지 상태를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페르미 표면 현상은 고온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에너지 수준이 페르미 표면과 가까울수록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 온도가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죠. 한국 연구진이 발견한 LK-99가 이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핀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계산적으로는 LK-99가 충분히 높은 수준의 임계 온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실험을 통해 LK-99를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대량의 초전도 샘플을 얻기 위해 물질 합성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새 물질이 높은 초전도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흥미로운 이론적 징후를 보여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는 아예 LK-99 합성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요. LK-99와 같은 성질을 갖는 물질을 합성해냈으며, 초전도체의 가장 큰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까지 검증했다고 밝혔죠. 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중국 선양재료과학국가연구센터 등 각종 기관이 LK-99 재현을 위한 실험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아르곤국립연구소는 이번 주 내로 실험 결과를 공개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면서 초전도체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부풀었습니다. 애국가에 초전도체와 관련된 구절이 추가된다거나, 초전도체를 활용한 서울이 미래형 도시로 발전하며, 반포 한강공원의 세빛섬(세빛둥둥섬)은 물이 아닌 공중에 둥둥 뜬다는 등 각종 밈이 쏟아지고 있죠. 해외 커뮤니티도 비슷합니다. 한국이 초전도체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고, 최근 화제였던 미확인비행물체(UFO)와 인공지능(AI)이 철저히 외면받을 거라는 농담과 기대가 섞인 반응이 속출하고 있죠.

▲(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 부실·동료 평가 부재 지적도…묻지마 투자는 금물

이에 국내 증시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증시도 초전도체 이슈로 폭등했는데요. 1일 미국 전력 솔루션 업체 아메리칸 수퍼컨덕터(AMSC·나스닥)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0.02% 상승한 16.13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마켓워치는 “ASMC 종목이 뚜렷한 이슈 없이 급등한 것은 최근 들어 초전도체 기술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연구진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 물질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일부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파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죠. 중국 증시에서도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되는 바이리전기, 중초공고 등이 모두 급등했습니다.

다만 학계에선 LK-99에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한국 연구진의 논문은 김현탁 박사의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이 이론이 현재 물리학계의 정설과는 거리가 멀며, 일부 데이터가 허술하다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논문이 게재된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는 사이트로 누구나 쉽고 빠르게 논문을 올릴 수 있습니다. 즉 이곳에 올라온 논문은 학계의 검증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해서는 여러 논란이 많은 만큼, 신중히 바라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국내외 과학계에서 일고 있죠.

이와 관련해 김현탁 박사는 영국 과학 전문 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두 논문엔 결함이 많으며 본인 허락 없이 (아카이브에) 게재됐다”고 설명했는데요. 현재 연구 결과를 정리해 정식 학술지에 보냈으며, 동료 평가를 통해 이를 검증받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건 맞지만, 아직 완벽한 검증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인 거죠.

투자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2일 서남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서남이 △8월 1일 종가가 5일 전의 종가보다 60% 이상 상승하고 △1일 종가가 최근 15일 종가 중 최고가며 △5일간의 주가 상승률이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의 5배 이상을 기록한 데 따른 겁니다. 2일 이후 주가가 이틀 동안 40% 이상 상승하고 투자경고 종목 지정 전일 종가보다 높을 경우 1회에 한해 매매 거래가 정지될 수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테마주가 과열로 인해 급등락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는데요. AMSC 경우만 봐도 장 중 한때 150%까지 폭등했던 주가가 40% 상승까지 밀리는 등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한 바 있습니다. 주가 향방의 불확실성이 상당해, 나만 사지 않아 ‘벼락 거지’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으로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건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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