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보단 글 많고, 소설보단 그림 많고... "유럽 그래픽노블 매력 빠져보세요"

입력 2023-08-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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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그래픽노블' 책표지 (팬덤북스)
만화책에 비하면 글이 많고, 소설책에 비하면 그림이 많다.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로 작가의 회화적 감각과 서사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그래픽노블’ 장르 이야기다. 일반 도서에 비하면 수요층이 폭넓지는 않지만 ‘새로운 읽을거리’를 찾아 나서는 지적인 탐험가들에게는 언제고 눈여겨볼 만한 장르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원작은 동명의 프랑스 그래픽노블 아니었던가.

지난달 31일 출간된 신간 ‘방구석 그래픽노블’은 유럽의 수준급 그래픽노블 30편을 엄선해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다. ‘사랑은 혈투’, ‘염소의 맛’ 등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작품은 물론이고 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흥미롭게 엮은 ‘신신’,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재기롭게 소화한 ‘자두치킨’ 등 통상적인 상업 만화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다뤘다.

3일 ‘방구석 그래픽노블’을 집필한 박세현 작가는 “유럽 노블그래픽에서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예술성 있는 만화를 자주 접할 수 있다”면서 “디자인이나 회화를 전공한 작가들이 만화를 그리는 경우가 많아 ‘그래픽’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거기에 소설적 성격을 지닌 ‘노블’이 더해져 ‘그래픽 노블’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만화 시장에서 그래픽노블은 여전히 생경한 장르다. 박 작가는 “우리 만화 역사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주로 작은 판형에 긴 내용을 담는 ‘코믹스’ 형태가 많았고,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원천 스토리로 기능하는 웹툰 시장이 커져 주로 재미를 위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에 장르나 소재가 다양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 ‘독립만화’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개성 있는 볼거리와 강렬한 메시지를 겸비한 유럽 그래픽노블은 다양성을 원하는 독자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때마침 출간된 ‘방구석 그래픽노블’은 엄선한 주요 작품의 제작 배경과 주요 장면, 저자가 생각하는 재미 요소 등을 짚어가며 입문자를 위한 쏠쏠한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원작 그래픽노블의 주요 장면을 큰 사이즈로 삽입하거나 전체 줄거리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등의 ‘요약본’과는 결이 다르다. 박 작가는 “대중이 접하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참고하라는 용도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면서 “이 책을 보고 정말 작품이 궁금해지면 사서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게 본 취지에도 맞다는 것이다.

아쉬운 건 국내 정식 출간된 이후 절판된 그래픽노블도 목록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2013~2015년 사이 네이버캐스트에 연재한 내용을 가다듬어 단행본으로 출간한 만큼 이후 판권계약이 종료되는 등의 최근 동향에 따라 '새 책' 수급에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다만 각종 온라인 중고서점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저렴한 값에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적지 않다. 박 작가는 작은 수고로움 끝에 만나게 될 그래픽노블을 통해 "만화나 웹툰을 보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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