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문제, 회사의 대처법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회사의 인사팀들이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피해자를 보호하며 사건 조사와 징계를 할 수 있을까요? 회사 내부 사건을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도 괜찮을까요? 노무 사건을 주로 다루는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와 사내 괴롭힘‧성희롱 사건 대처법을 알아봤습니다.
Q.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이 접수되면 인사팀장부터 임원, 대표이사까지 상당히 민감해집니다. 그래서 실무자인 저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왜 다들 이렇게 민감할까요?
A. 노동관계법령은 직장 내에서 괴롭힘 또는 성희롱이 발생할 때 그에 필요한 조치를 다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업주를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및 제76조의3, 제109조, 제116조, 남녀공용평등법 제12조, 제13조, 제39조).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은 최근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ESG 경영의 ‘사회(Social) 영역’ 즉,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인권 보장, 포용과 다양성, 근로기준과 작업환경 등 중요한 사회적 요소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의 예방이나 사건 발생시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 여부가 기업의 ESG 등급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의 관리자 입장에서는 민감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개별 기업의 예방, 조사, 조치에 관한 역량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실무자들이 소위 ‘맨땅에 헤딩’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예방 교육, 제보 접수 시 조사, 징계 등 조치의 일체를 외부의 전문기관에게 맡기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Q. 제3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신고가 이루어졌는데 피해자는 행위자에 대한 조사를 원하지 않거나 행위자로부터 사과만 받고 간단히 끝내기를 원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조사해야 하나요?
A.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의 조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입니다. 직장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사건화 하는 것을 원하지 않거나 행위자의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 등 당사자 간 합의로 사건을 종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는 것이 적절하고 그렇게 처리하더라도 사업주는 처벌을 받지 않고 과태료가 부과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조사 주체가 피해자에게 행위자의 사과 및 합의 등 약식으로 사건을 종료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피해자의 의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면담기록과 같은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피해자는 행위자의 2차 가해를 우려해 신분을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행위 여부를 질문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행위자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혐의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성비위행위는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감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다만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더라도, 성희롱 사건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것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징계 혐의 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어 행위자가 징계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행위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행위자를 조사하는 경우 행위의 내용, 일시, 장소, 구체적 상황 등을 특정하여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되, 반드시 피해자를 특정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행위의 내용 등을 통해 피해자를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조사 당시 피해자로 예상되는 자에 대한 연락, 합의 시도 등을 하는 경우 2차 가해에 해당해 징계가 가중되거나 형사 범죄가 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조사 진행 중 조사대상자가 직접 조사과정을 녹음하겠다고 하는데 이러한 요구를 들어줘야 할까요.
A. 조사대상자(피해자, 행위자, 참고인 포함)가 본인의 조사과정을 직접 녹음하는 것은 조사대상자의 진술권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므로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조사 사실 및 조사 내용에 관하여는 비밀 유지 의무가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간혹 조사대상자가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조사 대상자의 녹음파일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밀유지의무(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Q.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여부를 판단해도 될까요?
A.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은 당사자 사이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행위자가 부인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에 의해 일시, 장소, 피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인 경우에는 피해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사자는 피해자에게 행위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료가 있었는지, 행위 이후 작성한 일기나, 동료 또는 친구, 가족 등과 나눈 문자메시지, 병원진료기록 등을 확인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Q. 피해자나 행위자가 조사 담당자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조사 담당자도 해당 회사의 근로자이기 때문에 피해자나 행위자와 업무상 관계가 있거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나 행위자 등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규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를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조사 담당자를 교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취업규칙에 제척, 기피, 회피에 관한 조항, 조사 담당자의 순서 등에 관한 조항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에 관한 조사 절차 및 사실관계 확정은 상당히 민감하고 어려운 절차이므로, 이를 외부의 전문기관에 맡김으로써 조사 절차 및 내용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시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수석 졸업),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공인노무사 자격과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노무 분야의 소송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