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에 배우자 등 제외…전문가 "무책임한 편법"
여야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회의원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내역 전수조사를 위해 소속 의원을 상대로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접수 등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불거진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이 여야 논의의 촉매가 됐지만, 정작 전수조사 대상이 가족을 제외한 의원 본인에 한정된 탓에 실효성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제외한 의원 본인에 한해 코인 현황을 조사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관련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서명 작업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의원 전원의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고, 민주당은 4일부터 8일까지 접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여야는 코인 거래소 계좌와 입·출금 거래한 타 계좌 거래 내역(거래 전후 1달) 정보제공 동의를 받고 있다. 여야는 모든 취합이 마무리되면 세부 조사 시점 등 조율을 거쳐 권익위에 동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당초 권익위가 국회에 보낸 관련 개인정보제공동의서에는 배우자의 코인 현황, 코인 거래소 외 다른 금융기관 계좌 정보도 기술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양당이 가족의 코인 내역 공개는 과하다는 데 사실상 합의하면서 본인 내역만 기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가족까지 조사 범위에 넣는 것은 법적 의무가 없다. 갑자기 (의원들에게) '지금 해야 하니까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고 할 사안도 아니다"라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의원 만이라도 조사하자고 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여야가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여당과 협의를 마치고 (의원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 지난 5월 개정된 국회법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은 올해에 한해 본인까지만 임기 내 코인 현황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 내년부터는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도 코인 현황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만, 자녀가 독립생계자일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30대 아들 김모씨의 코인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추적이 어려운 코인 특성상 의원 배우자 등을 제외한 전수조사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적 의혹만 더 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코인 전수조사는 의원 가족이 포함된 이해충돌을 확인하고 도덕성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 어느 의원이 코인 몇 개 가졌는지를 파악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가족은 빼고 본인만 한다는 건 실효성은 물론 윤리적으로도 무책임한 편법,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의원들의 '사익 추구' 의혹만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