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1년 6개월 만에 주담대 최저 금리 시중은행에 내줘
NH농협은행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낮췄다. 시중은행이 저금리를 앞세운 인터넷은행보다 주담대 금리를 아래로 책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기준 농협은행의 15년 만기 주담대 금리는 연 3.83%~5.53%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연 3.91%~6.54% 보다 하단 0.08%포인트(p), 상단 1.01% p 낮은 수치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담대 금리가 인터넷은행 보다 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 최초로 지난해 2월 주담대를 출시한 이후 은행권 중 유일하게 3%대로 최저금리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보다 저리(低利)로 주담대를 팔 수 있는 이유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어 상대적으로 운영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절감된 비용은 금리로 ‘태워’ 고객을 유치했다. 카뱅 ‘닥공(닥치고 공격)’ 영업의 원천이다.
1000조 원 규모의 주담대 시장에서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간 전쟁은 더 싼 이자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으로 더욱 치열해졌다.
가장 싼 이자로 주담대를 판매한 카카오뱅크는 가장 큰 수혜를 봤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주담대 신규 고객 중 타 은행에서 바꿔 탄 고객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8%에서 올해 1분기 42%, 2분기 54%를 기록했다. 신규 고객 중 절반 가량을 타 은행 고객으로 유치한 셈이다. 이에 2분기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보다 3조원 늘어난 5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전국에 영업점(1109개)을 보유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지점 수가 많다. 그만큼 운영비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3%p 전격 인하했다. 4% 초반대였던 주담대 금리는 3%대로 떨어졌다.
이는 서민금융지원을 통한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온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 행장은 지난달 말 전사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하반기 “민생안정을 위한 금융지원정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
일각에선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6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잔액 기준 2.73%p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에 대응해 대표적 실수요자금인 주담·전세자금대출의 고객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서민금융 지원을 통해 은행의 사회적 역할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