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에 따라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에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투자계약 실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투자자 주주의 사전동의권을 무효로 판단한 판결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 했다.
앞서 2심은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약정과 위반 시 투자자에게 조기상환청구권, 위약벌 지급청구권을 부여하는 약정은 주주평등원칙에 반해 무효라는 판단을 내놨다.
주주평등원칙은 주주와 회사의 관계에서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은 경영에 대해 다른 주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평등하지 않다는 취지다.
반면 대법원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 존속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 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봤다. 또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 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 경영 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해 이익이 될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으로 삼도록 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번 판결에서 제시한 ‘주주의 차등적 취급을 허용하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 등 법원의 구체적 판단을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은 다른 주주의 의결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이 달리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실무상 다수의 투자계약에서 사전동의권 등이 주식의 양수인에게 승계된다는 점에서 다른 사안에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주목된다.
세종은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한 약정의 효력에 관해 대법원이 내린 최초의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관련해 사전동의권 부여약정이 어떠한 사정 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대상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체결될 투자계약 실무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