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개발한 비과학적 치료법 퍼져…검사비 60만원 뇌기능검사까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경증 발달장애를 ‘약물 없이’ 치료하는 일명 ‘왕의 DNA’ 치료법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더욱이 이 치료법을 개발한 사람은 ‘의료법’상 의료인도 아니다.
‘왕의 DNA’ 치료법의 정식 명칭은 ㅈ브레인파워연구소 소장인 김모 씨가 개발한 ‘3급 지적·언어·지체장애 유소년 치료법’이다. 김 소장은 온라인 카페에서 모집한 ADHD·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뇌기능검사를 실시하고, 검사받은 아동에 한해 뇌보강 수업(치료)을 진행한다. 검사비용은 60만 원이다. 검사요일, 검사인원에 따라 검사비용을 할인한다. 수업료는 별도다.
김 소장은 해당 치료법을 통해 약물 없이 지적·지체·언어 등 3대 정신과적 장애를 6~8개월 이내에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를 특허 출원(미승인)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의 기질을 좌뇌형과 균형형, 우뇌형으로 구분하는데, ADHD·발달장애 아동에 대해선 우뇌가 극단적으로 발달한 ‘극우뇌’라고 명명한다. 극우뇌 치료법의 핵심은 아이들을 ‘왕’으로 대하는 것이다. 이 치료법에 따르면, 아이가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도록 하며, 아이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재미있게 응대해야 한다. 또 반복적인 글쓰기를 시키지 않으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 칭찬하고, 왕자·공주란 호칭으로 부르며,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 권의 두뇌 관련 서적을 출간한 김 소장은 저자 소개에서 스스로 ‘뇌과학자’라 칭한다. 또 ‘젊은 시절에는 세상 모든 원리를 다 깨닫겠다는 듯 여러 분야를 섭렵하더니, 지금은 뇌 연구를 통해 창조주의 깊은 뜻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고 자평한다. 그런데, 뇌과학 관련 김 소장의 학력·경력이라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게 전부다. 석·박사 등 상급 학위는 없다. 또 산업체 경력 대부분을 광고업계에서 보냈다. 당연히 의사 등 의료법상 의료인도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ADHD·발달장애 아동의 부모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ㅈ브레인파워연구소를 찾는다. 카페에도 문의·후기글이 넘쳐난다. 그렇게 카페를 방문한 부모 중 일부는 비료인이 만든, 의학적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검사·치료행위는 의료법 위반 소지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해당 업체가 의료행위를 제공한다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침습적 행위가 아니어도 환자 상태에 대한 진단·처치가 수반되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치료라는 이름을 쓴다고 모두 의료행위는 아닌 만큼, 개별적·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와 유사하단 의견도 나온다. 다만 안아키 사태의 당사자는 의료인이었다. 주된 혐의도 의료법 위반이 아닌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이었다. 의료행위 여부·자격이 핵심인 이번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