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H&M·코스·유니클로, 수선 서비스 시작
“저가 브랜드의 수선 서비스, 판매에 직격탄 될 수도”
글로벌 규제 당국과 패션 업계, 친환경 노력↑
하지만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낡은 옷을 수선하라고 말한다. 유행이 지난 옷을 수선하면 폐기물을 줄일 수 있고 더 적은 자원으로 대체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와 규제 당국으로부터 환경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 속 이들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의 친환경 노력을 조명했다.
자라를 운영하는 스페인 의류 대기업 인디텍스는 올해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에서 중고 의류를 수리 및 재판매, 기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라는 “2025년까지 모든 주요 시장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수선은 지속가능성 노력에 있어서 중요하다. 옷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H&M은 프랑스 파리와 스웨덴 스톡홀름을 비롯한 7개 도시 매장에 수선소를 개설했다. 또 고객이 직접 옷을 수선할 수 있도록 수선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전 세계 21곳에 수선과 리폼을 담당하는 ‘리(RE)유니클로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구입한 의류는 평균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버려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엘렌맥아더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패션 업계에서 매초 트럭 한 대 분량의 직물이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연간으로는 9200만 톤(t)의 의류가 매립지에 버려진다.
이 때문에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환경에 막대하게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에 지난 6월 유럽 의회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의류 제조업체들이 더 높은 환경 기준을 채택하도록 요구하는 규제를 승인했다. 또한, 패션 브랜드가 제조 공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더 큰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 10여 개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패션 브랜드 입장에선 수선 서비스를 대규모로 전개하는 것은 다소 모험적인 시도라고 WSJ는 지적했다. 일부 고급 브랜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저가 전략을 쓰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경우 자칫하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규제 당국과 패션 업체들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다국적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도 업계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갭, H&M 자라 등의 브랜드들은 유엔의 ‘기후 행동을 위한 패션 산업 헌장’에 서명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앞장서는 중이다.
H&M은 2030년까지 환경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매출은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헬레나 헬머슨 H&M 최고경영자(CEO)는 “저가 브랜드일 경우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H&M의 쓰레기 감축의 주축은 수선보다 중고 의류 재판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H&M의 고급 브랜드인 코스는 수선이 더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시대에 들어선 지금 수선은 점차 패션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영국 수선업체 더 심(The Seam)의 창업자 라일라 사겐트는 수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매월 20%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심을 통해 수선되는 제품은 보통 80파운드 이상의 고가 제품이지만,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옷의 가격대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