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개편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혹자는 하드웨어 개편이 능사는 아니라고 마치 소프트웨어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듯 말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선이 하드웨어 개편보다 쉬워보이지 않으며, 양자는 금융발전을 위해 대체재보다 보완재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필요한 대로 고쳐야 한다.
해외 금융선진국들은 금융위기나 사고 발생시 그리고 금융환경이 크게 변할 때에도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금융감독 하드웨어를 개편하고 소프트웨어를 개선한다. 이는 국내금융도 다를 바 없을 터다. 이에 환경변화 요인들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개편 및 소프트웨어 개선 사항을 살펴본다.
우선, 최근 금리상승세 속에 과다한 가계부채는 소비억제와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성장과 인구감소 추세로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에 빠질 수 있어 주택담보대출 부실화와 금융위기 위험이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시장의 깡통전세 문제를 대출규제 완화로 대응하는 방식은 하책이다. 오히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접근이 필요한데, 통화당국의 금리정책과 금융당국의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의 정치중립적 집행이 요구된다.
둘째, 디지털화 진전은 금융위험의 본질을 바꾸지 않겠지만 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 정보와 류머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스마트뱅킹 활성화로 예금인출이 빛의 속도로 진행된다. 아웃소싱, 플랫폼 등 외부 서비스업체 이용 확대로 비금융분야 위험이 금융분야로 전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모두 관할하는 금융위원회는 이해상충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기능과 감독정책기능을 분리하여 전자는 기획재정부로 후자는 금융감독원으로 각각 통합해야 한다.
셋째,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사들은 중개역할 선진화가 미흡했고 키코 및 사모펀드 사태 등을 거치면서 소비자피해를 초래했다. 이제 글로벌 10위권 규모로 성장한 한국경제가 지속 발전하려면 국내금융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기재부의 국제금융기능과 금융위의 국내금융기능은 통합이 바람직하다.
넷째, 최근 금융권에 사기, 횡령, 주가조작 및 부실판매 등이 지속된다. 작년 4월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사고, 금년 5월 SG증권발 CFD 사태, 이번달에 드러난 경남은행의 562억원 횡령사고,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에 의한 127억원 부당이득 취득 의혹, DGB의 1000건이 넘는 증권계좌 불법 개설 의혹 등 내부통제 사고 및 소비자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소프트웨어 개선 차원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금융사 임원에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래서 효과를 지켜 보겠지만, 보다 확실한 소비자보호를 위해 쌍봉형 체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 감독체계 개편방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은 기재부로 보내 국제금융과 통합하고, 금융감독정책은 금감원으로 보내 독립적 공적 민간기구로 개편한다. 이는 지난해 2월 금융학자 및 전문가 312명이 발표한 ‘금융감독을 ... 독립된 공적 민간기구에 맡기라’는 성명 내용과 같다. 둘째, 감독기구를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으로 분리하는 쌍봉형 체제로 전환한다.
오랫동안 쳇바퀴를 돌던 감독체계 개편이 갑자기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금융감독규정 제개정 제안권의 금감원 허용을 제안한다. 현장에서 감독행정을 집행하는 금감원이 감독업무 관련 규정 제개정 제안권조차 없는 것은 감독실패를 자초하는 꼴로 선진금융과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