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재정 압박 심각…미국 소비자 지갑 닫을라

▲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시카고(미국)/AFP연합뉴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이 최근 높은 이자율, ‘그리드플레이션(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 상승)’, 푸드플레이션(식료품 가격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2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기후변화와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로 식료품과 주유비도 급등했다.

미국의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 맥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3일 기준 6.9%로 2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프레디 맥은 “낙관적인 경제 데이터와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모기지 금리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원유 가격을 올리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면서 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현재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모두 배럴당 80달러(약 11만 원)를 웃돌고 있다. 두 유종 가격은 최근 1개월간 10% 안팎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각종 식음료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쌀 가격이 주요 수출국인 태국의 가뭄과 인도의 수출 제한 조치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래리 맥도날드 베어트랩리포트 창립자는 “쌀, 설탕, 대두, 밀 가격이 모두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오렌지 선물 가격도 악천후와 감귤녹화병(황룡병) 확산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문제는 이처럼 가계 부담이 심화하면 미국 실물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인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불길한 조짐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의 신용카드 대금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한 달 이상 연체한 비율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폭스비즈니스는 “미국인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점점 더 신용카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시간대 8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71.2로 전달 대비 0.4포인트 떨어졌다. 아직 기준선인 50 이상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고물가와 이자 부담 지속 시 소비자들이 낙관적 시각을 접을 수도 있다.

여기에 10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 채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