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 증가폭
코로나 주거 지원 종료·주거비 상승 맞물려
뉴욕 등 일부 도시는 이민자 증가로 노숙자 급증
올해 미국 노숙인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300개 이상의 기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노숙인 수가 지난해 말 대비 약 11% 증가한 57만7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직전 최고 상승률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직전인 2019년 2.7%였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 하루라도 노숙을 경험해본 사람은 미국 전역에서 약 58만2500명이었다. 올해 들어 노숙자 수가 이미 지난해 전체 기록에 육박하면서 이대로라면 올해 작년 기록을 무난히 깰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거 비용 급등과 저렴한 임대 주택 공급 부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 등으로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팬데믹 기간 퇴거 유예와 같은 정부의 주거 지원이 줄어들면서 노숙인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30개 이상 도시의 주택 퇴거 명령이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별로 살펴보면 미국 대도시 중 가장 노숙인 수가 급증한 곳은 미국 중부 콜로라도주 덴버로 나타났다. 덴버는 올해 들어 노숙인 수가 32% 증가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도 노숙인 수가 15% 증가했다. 이 지역은 팬데믹 초기 노숙인 수가 줄어들다가 2021년 허리케인 '아이다' 피해와 주거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등으로 노숙인 수가 늘어났다.
뉴욕시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민자 유입으로 인해 노숙인 수가 급증한 지역도 있다. WSJ에 따르면 뉴욕에만 8만2700명의 난민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난민 증가 속도가 보호 시설 확충 속도를 앞지르면서 길거리에서 숙식하는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쉼터를 필요로 하는 이민자가 급증하자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이달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