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개발은 초보 단계로 판단돼
우려 말되 군사기술화 경계해야
지난 5월 31일 북한은 신형 우주발사체 ‘천리마’를 개발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했다. 천리마는 2016년 구형 ‘광명성’ 발사체 발사 이후 7년 만에 신규 개발한 백두산엔진 기반의 위성발사체다.
하지만 신형 발사체는 2단 엔진의 시동 실패로 인해 3단 및 위성체를 포함한 동체 전체가 서해 바다에 추락했다. 그동안 백두산엔진을 장착했던 다양한 ICBM의 성공적 발사를 고려할 때 의외의 결과였다. 비록 이번 첫 발사에서 실패는 했지만 북한의 검증된 ICBM 액체엔진기술을 기반으로 한 천리마 발사체의 추진체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실패 직후 신형 2단 엔진의 신뢰성과 안정성 부족, 그리고 연료특성의 불안정성을 실패 원인으로 지목했다. 천리마 발사체의 2단 신형엔진을 개발해 충분한 검증 없이 조급하게 발사했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은 발사실패 직후 여러 시험을 거쳐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형발사체가 실패하면 모든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하고 보완하기 위해 통상 1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한국군은 지난 6월 서해에서 천리마 발사체의 일부 잔해물을 인양했다. 2단 추진체와 1단과 2단 사이의 중간단을 포함한 동체 길이는 약 12m 정도로 측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전체 발사체의 길이는 약 40m 안팎으로 추정된다. 합참은 7월에 갑자기 천리마 우주발사체 및 만리경 위성의 인양 작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에 은하-3호 발사체 잔해물 인양 후 세부 분석결과를 발표했을 때와는 판이했다.
위성의 잔해물도 인양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부 기술적 설명 없이 단순히 “만리경 위성은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만 발표해 의구심만 더했다.
그렇다면 실제 북한의 위성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2012년 해외 기자단에게 공개한 광명성 3호 위성의 형상과 외관, 작년 세 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정찰위성 중요시험 내역, 그리고 올 4월 김정은의 국가우주개발국 방문 시 전시된 정찰위성 구성품 및 형상 사진 등을 통해 북한의 위성기술 수준에 대한 개략적 추정이 가능하다.
작년 12월 북한 매체는 탄도미사일에 탑재한 시험용 위성체의 우주비행환경에서의 중요시험 결과를 보도했으며, 이들 시험 항목은 위성 체계 및 구성품의 성능보다는 대부분 위성운용기술에 국한한 시험으로 보인다.
올 4월 김정은의 국가우주개발국 방문 시 노동신문을 통해 보여준 새로운 위성형상은 사각형의 광명성 위성과 달리 육각형 형상의 구조물이었다. 전개된 위성체 하단에는 훨씬 커진 4개 패널의 태양전지판이 부착돼 있었다. 전력생성량이 증가되고 카메라 및 전장품의 성능도 증가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위성의 각종 구성품이 전시돼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4개의 반작용휠과 3개의 자기토커, 그리고 2개의 별추적기 등의 자세제어부 구성품이 맨 앞과 뒷열에 나열돼 있었다. 위성의 기동성능, 자세제어 및 결정 정밀도가 제법 요구되는 위성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개발을 위해서는 지상에서 발사환경 및 우주환경시험시설을 구축해 단계별로 각종 기능 및 성능시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위성개발에 필수적인 고가의 우주환경시험시설이 부재해 시험 검증도 없이 위성을 개발해왔다.
북한이 왜 그동안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어지는 짧은 시간의 우주환경하에서 시험을 수행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미사일을 이용해 위성체의 기능, 성능 및 운용을 시험 검증하는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최근 세계적인 뉴 스페이스 산업의 활성화로 고성능의 저가 상용부품 및 구성품의 구매가 언제든 가능해졌다. 하지만, 북한은 각종 제재로 인해 이러한 구매가 어렵고 전자부품기술이 제한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위성 전장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북한의 위성개발은 아직도 초보적 기술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우주기술 수준을 과대평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도 없지만, 우주기술이 곧 군사기술인 이중용도의 기술이라 너무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