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장중 1340원 터치
상승세 이어지겠지만, 1350원까지 오르진 않을 듯
1200원대에 안착하는가 했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을 향해 치솟고 있다. 미국 내 신용강등 이슈와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다. 당분간 환율이 1300원대 아래로 내려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1260.4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36.9원에 마감하며 약 한 달 새 76.5원 급등했다. 특히 환율은 전장 대비 9.1원 오른 1340원으로 개장하며, 연고점을 찍었던 5월 17일(1343원) 이후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40원대를 돌파했다.
최근 환율 상승세는 무섭다. 이달 들어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최근 중국발 리스크가 환율 상승세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다. 원화는 중국보다 자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린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역시 동반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 불안과 함께 통화 정책 측면 금리 인상 필요성 등이 제기되면서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2년 반 만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진입한 중국이 이대로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 약세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7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하반기 한국 수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제조업 수출 전망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국 제조업 위축 때문에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유의미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내 1200원대 환율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135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연구원은 “1350원 2차 저항선 지지 여부가 고민이기는 하나 아직 수출업체 달러 공급이 양호하고, 한은 물가 안정 목표에 있어 환율의 역할이 작지 않기 때문에 당국 미세조정에 대한 경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현 상황에서 1350원 상향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 흐름이 ‘원화만의 약세’라기보다는 ‘글로벌 달러 강세’에 의한 것인 만큼 현 레벨에서 원화 약세 폭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