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까지?
어디까지 할 셈인지 이제 오기가 생길 지경인데요. 새로운 사건 사고와 쏟아지는 이슈 속 유유히 이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는 듯 익숙하게 자료를 꺼내곤 하죠. 이런 사례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없는 게 없다’가 거의 고유명사처럼 붙어버렸는데요. 정말 다 있는 명작 중의 명작, ‘무한도전’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터인지 화제가 되는 모든 이야깃거리에는 “이미 무한도전에서 나온 거야”라는 말이 덧붙여지고 있는데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년이란 기간 동안 방영됐던 무한도전. 당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프로그램 속 정말 방대한 내용이 담겼죠. 이 가운데 현실의 상황들과 맞아떨어지는 상황을 밈으로 표현한 말이 바로 ‘없는 게 없는 무한도전(일명 없없무)’입니다.
무한도전은 매회 색다른 주제의 다른 특집을 기획했던 포맷의 프로그램인데요.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해온 프로그램답게 종영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역 프로그램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죠. 그만큼 발굴되는 소스가 넘쳐나는데요. 그 양이 정말 방대합니다.
긴 회차 동안 멤버들이 겪는 상황과 멘트를 모두 자막으로 적어놨기에 밈으로 쓰이기 너무도 적합했죠. 이런 밈의 인기는 연출자 김태호 PD도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멤버들 또한 신기해했죠.
15일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펜하이머’ 또한 이 밈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하며 원자폭탄을 개발한 역사에 대한 전기영화입니다.
그간 영화 모두 흥행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버프에 광복절 개봉하는데다 원자 폭탄에 관한 이야기라니… 모든 관심이 쏟아진 만큼 15일 하루에만 55만2958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그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선보였던 모든 작품을 뛰어넘는 최고 오프닝 스코어였죠.
여기다 무한도전 밈까지 더해졌는데요. 무려 12년 전, 2011년 방송분 ‘위기일발 무한도전 플랜B- 정 총무가 쏜다’ 특집 방송에서였죠. 당시 정 총무로 나선 정준하는 지정한 가게에서 멤버들이 사고 먹은 모든 물품과 음식을 오로지 암산으로만 계산했는데요. 당시 2번째로 골랐던 MBC 구내서점에서 책은 얼마든지 고르는 대신 읽지도 않을 책들을 무분별하게 쓸어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두 달 안에 본인이 고른 책들을 모두 다 읽은 뒤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여기서 하하가 고른 책이 바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였는데요. 크리스토퍼 놀란이 바로 이 평전을 원작 삼아 만든 작품이 ‘오펜하이머’였죠. 하하는 결국 이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하하가 그 두꺼운 책을 제대로 읽을 일이 만무했는데요. 원고지 곳곳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긴 이름만 여럿 나열하며 웃음을 줬죠. 특히 유복하고 똑똑했던 그를 부러워하며 “로버트는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내뱉은 문장이 압권이었는데요. 그 넘치는 일대기를 뒤로하고 그저 부러워했던 하하의 드립이 ‘오펜하이머’ 개봉과 함께 다시 회자됐죠.
이를 모를 일 없던 ‘오펜하이머’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는 하하를 해당 영화의 국내 홍보대사로 임명했는데요. 하하는 덕분에(?) 12년 만의 감상문을 새로 작성했죠. 그 유명한 드립을 새롭게 활용한 “오펜하이머는 자기 이야기가 영화로 나와서 얼마나 좋았을까?”를 적으며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이런 상황은 무한도전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배급사도, 심지어 하하조차 생각지도 못한 일일 텐데요. 그야말로 ‘없없무’가 만들어낸 또 다른 에피소드죠.
이 ‘없없무’는 요즘 가요계에서도 화제인데요. 4세대 인기 걸그룹으로 손꼽히는 ‘뉴진스’와의 지독히도 얽히는 연관성 때문입니다. 뉴진스는 아예 무한도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정의 내리고 있는데요. 실제로 뉴진스 앨범의 타이틀곡 5곡 중 4곡이 무한도전을 통해 예언됐죠.
어마어마했던 데뷔곡 ‘Attention(어텐션)’의 리듬이 무한도전 춘향뎐 특집에서 유재석이 내뱉은 에어컨 단어의 리듬과 비슷했는데요. 이 익숙한 리듬감을 무한도전 팬들이 놓치지 않았죠.
뉴진스 노래 ‘Ditto(디토)’의 뮤직비디오 중 일부 장면들이 무한상사 야유회 편에 나온 장면과 콘셉트가 비슷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밈에 실제 뮤직비디오 감독이 등판해 “표절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까지 했죠.
뉴진스가 무한도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 특히 안무인데요.
앞서 설명한 디토 뿐 아니라 최근 발매곡인 ‘Super Shy(슈퍼 샤이)’와 ‘ETA’가 모두 안무 표절 논란이 휩싸였죠.
디토는 ‘못친소 페스티벌’에서 박명수의 즉석 춤이, 슈퍼 샤이는 ‘거성 체조’의 한 장면을, ETA는 ‘2011년 수능특집’에서 정준하가 췄던 일명 ‘이제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라는 춤과 같다는 반응들입니다.
너무 동일한 탓에 이 밈은 뉴진스 멤버들에게도 알려졌는데요. 멤버들 또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진짜 똑같다”고 인정해 더 큰 화제가 됐죠. 앞으로의 뉴진스 발매곡과 무한도전의 연관성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런 밈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두꺼운 팬층이 있기 때문인데요.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커온 세대들에겐 무한도전은 그 시대 정서 그 자체인 셈이죠. 최근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과 같은 옛 프로그램을 더 많이 돌려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MBC 유튜브 채널 속 무한도전 방영분은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 중이고요. 지금까지도 그 숫자는 갱신되고 있죠.
무엇보다도 그냥 스쳐 가면 그만일 장면임에도 이를 기억하고 발굴해내는 강성팬들 덕택에 ‘없없무’ 밈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무한도전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이 관심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뭉클한 밈이라고 할 수 있죠.
학창 시절 모든 시간에 함께한 무한도전. 이 무한한 밈은 끊이질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정말 팬들에게도 ‘무한’인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죠. 이 무한한 사랑을 받는 무한도전은 지금도 재생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