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네이처 “국제 연구진, ‘LK-99‘ 초전도체 아닌 이유 밝혀”

입력 2023-08-17 16:37수정 2023-09-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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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 아닌 절연체인 것으로 확인돼
불순물 황화구리 때문에 유사 현상 발생”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국제 연구진이 한국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며 공개한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이석배, 김지훈 연구원은 초저온·초고압 조건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온 초전도체를 상온·상압 조건에서 만들었다며 LK-99와 관련된 논문을 지난달 22일 공개했다. LK-99라는 명칭은 두 사람의 성 이니셜과 해당 물질의 발견 연도(1999)에서 따온 것이다. LK-99는 자기부상열차를 보편화하는 등 일상생활을 바꾸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거라며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 연구진은 자기부상과 저항의 급격한 감소를 들어 LK-99가 초전도체라고 주장했지만, 베이징대와 중국과학원,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실험과 이론적 증거를 결합해 이 물질의 구조가 어떻게 초전도를 실현할 수 없는지를 입증했으며 또 다른 실험자들은 LK-99 순수 샘플을 합성하고 연구해 이 물질이 절연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네이처는 강조했다.

하버드대 응집물리연구소 연구원이었던 데릭 반 제넵은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에서 LK-99 샘플의 한쪽 가장자리만 뜨고 다른 쪽은 자석에 여전히 붙어있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LK-99의 특성이 강자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흑연 부스러기를 압축한 펠릿에 쇳가루를 붙였는데 이 강자성 물질은 LK-99처럼 움직였다.

베이징대 연구팀도 7일 강자성으로 인해 LK-99 샘플에서 ‘반부상’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응집물질 물리학자이자 연구 공동저자인 리위안은 “이 물질은 부양하는 성질이 있지만 전체를 띄울 만큼 그 힘이 충분하지는 않았다”며 “이는 강자성 실험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LK-99의 저항이 특정 온도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국제 연구진은 그 이유를 밝혀냈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화학자인 프라샨트 자인은 “저항이 10분의 1로 감소한 특정 온도인 104.8도는 황화구리가 상전이 되는 온도와 거의 동일하다”며 “한국 연구진이 이를 놓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8일 LK-99에 포함된 황화구리 불순물 영향에 대해 보고했다. 연구진은 두 가지 샘플을 실험했는데, 첫 번째 샘플은 진공 상태에서 가열해 황화구리 함량이 5%로 나타났고 두 번째 샘플은 공기 중에서 가열해 그 함량이 70%로 나타났다. 첫 번째 샘플은 냉각되면서 저항이 비교적 부드럽게 커졌지만, 두 번째 샘플은 112도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는 한국 연구진이 관찰한 결과와 일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연구팀의 14일 보고서에 따르면 LK-99의 순수한 단결정 합성에 성공한 결과 LK-99 단결정은 초전도체가 아니라 절연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연구팀은 한국 연구팀이 제시한 초전도 유사 현상이 “LK-99 제조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인 황화구리로 인한 것”이라며 “우리는 초전도 존재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초전도체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물질이다. 내부에는 자기장이 들어갈 수 없고 내부에 있던 자기장도 밖으로 밀어내는 성질이 있어서 자석 위에 올리면 공중으로 떠오른다. 반면 절연체는 전기 또는 열에 대한 저항이 매우 커서 이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

또 네이처는 각국의 많은 연구팀이 황화구리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LK-99 단결정을 만들었지만, 소셜미디어(SNS) 영상처럼 공중에 떠오르는 모습을 관찰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의 응집물질 물리학자인 이나 비시크 교수는 “나는 이 시점에서 (LK-99를 둘러싼) 상황이 상당히 결정적으로 해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모나쉬대의 물리학자인 마이클 푸러는 “한국 연구팀이 샘플을 공유해야만 추가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른 모든 사람을 설득해야 할 부담은 그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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