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들, 1년 단위로 여러 번 계약…학교 옮겨 다니며 4년 이상 근무
法 "강사들…'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봐야"
서울의 공립학교에서 근무 중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이 1년 단위로 근로 계약ㆍ해지를 반복한 것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근로 소송 1심에서 이겼다. 법원은 학교가 강사들과 근로 계약ㆍ해지를 반복하다가 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 해지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 부장판사)는 서울시에 있는 공립학교에서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 A 씨 등 5명이 서울특별시(대표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 소송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010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년 단위로 총 3회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4년간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근무했다. 이후 학교장으로부터 최대 임용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받았다.
이후 A 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신규채용 절차에 따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2015학년도 영어회화 전문강사 근무학교 이동배치 알림' 공문을 시행, A 씨를 다른 고등학교로 이동배치했다. 이후 A 씨는 이 고등학교에서 2019년 2월까지 1년 단위로 총 3회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했다.
하지만 이 고등학교도 2019년 2월 A 씨에게 '2019년 2월 28일 자로 계약 기간 종료에 의해 근로계약이 해지됨'을 통보했다.
근로계약 종료 후 A 씨는 같은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신규채용에 응시한 후 합격해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나머지 원고들도 A 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A 씨 등은 근로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피고 측은 "신규채용 절차를 통해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며 "4년의 근무기간이 경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에 따르면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기간제 근로자로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규정한다.
재판부는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들은 피고와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함으로써 4년을 초과해 계속 근로했다"며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의 소속 학교가 1~3회씩 변경됐지만, 이는 사용자인 피고의 이동배치 지시에 따라 피고 소속 학교들 내에서 업무장소가 변경된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근로관계 단절의 징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이 사건 각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부당해고 이후에도 기존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 신규채용 절차에 응시했다"며 "원고들이 부당해고 이후에 기존에 근무하던 학교에 다시 신규채용됐다고 해 기존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지위에 있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인정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여기서 말하는 확인의 이익이란, 원고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함으로써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에 대한 불안과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