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20여 년 만에 조합장을 선출하고 조합설립 초읽기에 들어갔다. 소유주 간 이해충돌, 규제 등으로 멈췄던 재건축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한 것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다. 통상 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추진위는 다음 달 중 조합 지위를 확보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추진위는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하고 최정희 재건축추진위원장을 초대 조합장으로 선출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 대단지로 1999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재건축 사업의 발을 뗀 지 24년 만에 조합설립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 추진위 승인 이후에도 소유주간 이해충돌, 집값 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견제, 서울 아파트 '35층 룰'와 같은 규제 등으로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재건축 완화 기조와 서울시의 35층 높이 제한 폐지 등이 맞물리면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추진위는 재건축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20여 년이란 오랜 시간을 기다린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다른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조합원 이익에 집중해 사업을 추진하면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일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설립인가가 나오면 본격적인 숙제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 35층을 49층으로 높이는 정비계획안 변경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가구 수를 늘리면 사업성을 높이고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돼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단지 관통도 풀어야 할 문제다. 은마아파트는 단지 밑으로 지나가는 GTX-C 노선 재검토 등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최 조합장은 "층수 상향은 주변 단지들 적용되고 있는 만큼 서울시의 기준을 잘 따른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GTX 노선은 지속적인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건축이 본격화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오랜 시간을 끌어온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조합설립 단계까지 진행됐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지만, 대단지 조합원의 이해관계 조정을 비롯해 인허가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더 많아 본격적인 사업 진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특히 GTX 노선은 민간의 힘만으로는 풀어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