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뭐 한게 있나요, 다 기업에서 잘하셔 그런 거죠” 며칠 전 만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한 말이다. 그 공무원과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자동차 수출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동차 수출이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자동차 수출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의 수출액 400억 달러 돌파는 10월에 이뤄졌다. 올해는 3개월이나 단축한 7월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부진 속에서 자동차는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반도체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친환경 차의 활약도 눈에 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6% 증가한 20억 달러다. 친환경차 수출액은 2월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넘어선 뒤 6개월 연속 20억 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다. 친환경차 수출 대수도 작년보다 10.4% 늘어난 5만9799대로 전체 수출차(23만대) 4대 중 1 이상이 친환경차다. 차종별 수출액을 작년과 비교해 보면 전기·수소차 11억5000만 달러(58.2%↑), 하이브리드차 6억3000만 달러(5.1%↑),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2억3000만 달러(166.2%↑) 등이다.
1974년 우리나라의 최초 고유 모델 자동차인 포니가 선을 보인지 50년 만에 이루고 있는 쾌거라 할만하다. 2006년에 개봉한 영화 ‘분노의 질주 3(패스트 &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에서 등장인물인 한이 주인공인 션에게 성능이 좋은 거리 레이싱용 차를 빌려주자 션이 “진심이냐?”고 묻고 이에 대해 한이 “그럼 현대차로 경기할래”라는 대사가 나온다. 레이싱카에 국한된 내용일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기분 좋게 들리는 대사는 아니었다.
1970년대 처음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2000년대 초까지도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K 자동차가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의 게임체인저의 잠재력을 지닌 친환경차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미래차 전환 및 수출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자금지원(14조3000억 원) 및 일감 확보(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 규모 5배 확대) △미래차 체질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 및 전문인력 양성, 미래차 부품 특별법 제정 △미국, 유럽연합(EU) 등 2대 주력시장과 중동, 중국·일본, 아세안 등 3대 유망시장에 대한 자동차부품 수출확대 등 3대 핵심과제를 추진해 국내 자동차 생태계의 신속하고 유연한 전환하겠단 계획을 담은 대책이다.
산업부는 우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정비한다. 기업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애로사항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내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를 만나 우리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도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우리 정부는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렌트, 리스 등 상업용 친환경차의 경우 북미 조립과 배터리 요건 등에 관계없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7월 IRA 대상 친환경차의 판매량은 1만3000대로, 작년보다 93% 급증했다. 이 가운데 상업용 차량 비중은 지난해 5%에서 49%까지 크게 늘었다.
정부의 노력 없는 기업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기업이 잘해서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더 맞는 말은 ‘기업이 잘했고 정부도 지원을 잘했다’이다. 겸손한 그의 말을 내년 초 다시 듣고 싶다. “자동차 수출 역대 최대 기록은 다 기업이 잘해서죠”란 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