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활 시동 건 ‘주식회사 일본’

입력 2023-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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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로 경기침체 장기화 ‘고통’
올들어 물가상승…성장조짐 보여
국내도 ‘일학개미 시대’ 대비할만

간혹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일 때가 있다. 경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크게 반기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은 수십 년간 디플레이션이라는 침체의 터널 끝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인플레이션이라는 한줄기 빛(?)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거의 모든 상품 가격은 항상 저렴해졌다. 기업과 가계는 “내일은 모든 것이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하며 구매를 미뤘다. 일반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도 지난 수년간 하락하였다. 따라서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오랫동안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었고, 게다가 고령화·저출산이라는 불리한 인구학적 문제와 기업 구조로 인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었다.

일본은행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은행이 제공한 낮은 금리의 유동성은 실물 경제로 유입되지 않았고 은행 부문에 남아 비축되었다. 게다가 일본의 국가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과도한 부채와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면 부채디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데, 이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일으킨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3~4%로 미국이나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끝내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본은 기뻐하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은 이제 물가 인상이 두려워 다시 구매하기 시작하고, 경제는 다시 성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1.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은 일본에 좋다. 이것을 재빨리 인지한 투자자는 워런 버핏이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였다. 이제 일본은 버핏의 사모펀드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다음으로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버핏은 일본의 경제회복 외에 일본 기업의 주주친화적인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주주에게 다소 비우호적이라고 간주되었지만, 최근에는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상장기업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으로 역대 최대 금액을 지급하였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규모로 투자한 5개 일본 기업 중 하나인 미쓰비시는 최근 22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로 인해 미쓰비시 주가는 연초 이후 무려 70%나 상승하였다. 미쓰비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주요지수인 니케이225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난 8월 1일에는 연초보다 약 30% 이상 상승한 33,476을 기록했다.

물론 일본 경제는 무역대국으로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며,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일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일본 사회의 고령화 문제는 심각하다. 이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서만 해소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주식시장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수십 년간의 경기침체 후에 드디어 일본 경제는 새로 부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투자자에게 미국 외에 일본이라는 투자 대안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미 ‘일학개미’의 시대는 다만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벌써 도래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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