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에선 '찬밥' 신세…尹 정부선 경제회복 '선봉'
정부가 하반기 국정 운영의 중심을 '경제'에 집중하면서 기획재정부 출신의 관료들이 정부 요직으로 진출하고 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조율해본 경험이 많은 기재부 출신 관료를 부처 곳곳에 배치해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하는 등 집권 2년차 2차 개각을 단행했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이 발탁됐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방문규 후보자는 기획예산처 등에서 예산과 재정정책을 담당해온 기재부 출신이다. 기재부에서는 성과관리심의관, 대변인,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등 재정·예산 분야 핵심 보직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때는 기재부 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연이어 지냈다. 2019년부터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내다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됐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이 발탁됐다. 방 차관은 예산과 정책을 두루 섭렵한 정통 경제관료로,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재부에서는 정책 중심의 1차관실과 예산 중심의 2차관실 업무를 모두 거쳤다. 지난해 5월부터는 기재부 1차관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거시 경제와 정책 조정을 담당했다.
윤석열 정부 들면서 주요 부처에는 이미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옛 경제기획원(EPB·현 기획재정부)으로 옮겨갔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제5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김대기 비서실장은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재부 전신인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등에서 정책과 예산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김 비서실장은 예산청·기획예산처에서 행정문화예산과장, 국방예산과장, 사회예산심의관, 재정운용기획관, 예산실장 등 다양한 분야의 예산 관련 업무를 거쳤다. 최상목 경제수석도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995년 재정경제원 예산실에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기획예산처 정책홍보관리실 법령분석과장, 기재부 예산실 예산제도과장, 예산총괄과장 등을 거쳐 2014년 경제예산심의관과 재정관리관(차관보)을 지낸 '예산통'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기재부의 전신인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임명된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을 비롯해 고광효 관세청장, 김윤상 조달청장, 이형일 통계청장도 기재부 출신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는 부처 고위직에 기재부 출신을 발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독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당정과 대립각을 세웠던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결국 정책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사실상 '패싱'당했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기재부가 당시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맞물렸던 탓이다. 이외에도 경제수석이나 관세청장, 통계청장 등 기재부의 몫으로 여겨졌던 자리가 교수나 정치인 같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에게 자리가 돌아가기도 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경제'와 '재정 건전성' 등을 중시하면서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재부 관료들이 주로 부처간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이미 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고,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에도 강점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 인사 집중 등용에 대해 "그런 부담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이제부터 국정 중심은 경제다' 해서 기재부에서 경제를 오래 했던 분들을 모셨다"며 "부처 전체를 연결하는 경험과 조정 능력이 많은 분들을 모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