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중단 사고 발생했던 펀드 수십개…3개 펀드 특정 재검사 이해 안돼”
금감원은 24일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 검사결과’를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 일정은 전날 오전에 기자들에게 공지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 금감원은 주요 검사 사안에 대해 중간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 검사, 거액 해외송금 은행 검사 등 브리핑 일정 모두 하루 전에 공지됐다.
금감원이 이번에 재검사에 나선 근거는 금융분쟁조정세칙 제31조(재조정신청)에서 찾을 수 있다. 재조정 신청 사유로는 △조정 당시에는 제출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조정의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사실이 나타난 경우 △조정 당시에는 제출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조정의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사실이 나타난 경우 △조정의 기초가 된 법률, 판결 등이 변경된 경우 △조정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조정위원회가 판단하지 아니한 경우 △제척돼야 할 위원이 조정에 관여한 경우가 있다. 이번에 금감원은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위법혐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사태는 1조 원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독일헤리티지·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가 대표적으로 거론되지만, 그 외에 규모는 작지만 환매 중단 사고가 발생한 펀드들도 많다.
지난 2020년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이 작성한 ‘2020년 사모펀드 사태 교훈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향’ 논문에서 환매중단 사고가 발생했다고 다룬 펀드 개수만 18개다. 당시 금감원 발표자료 및 언론 기사 등을 참고로 작성한 내용이었다. 사고 규모가 크고 유형도 다양했던 만큼 이복현 금감원장이 작년 취임 후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재검사 의지를 피력했을 때 이목이 집중됐다. 그 무렵 유력 정치인들이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재검사 결과에 대한 주목도는 더 커졌다. 이번에 재검사를 위해 조직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TF’에 현직 검사가 파견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브리핑에 나선 함용일 부원장은 해당 검사의 역할에 대해 “자본시장 회계와 관련해 법률 자문을 하고 있는데, 이번 TF도 그 중 일부로서 배임, 횡령 등 법률적 자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등 단 3개 사모펀드를 집중적으로 재검사한 것을 두고 금융사고 시점으로 접근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환매 사고가 발생한 펀드들이 20개 가까이 되는데 그 가운데 일부 펀드만 특정지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출신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들 입장에서 과거에 했던 검사를 다시 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고가 났던 펀드들이 많은데 왜 3개 펀드만 재검사 결과가 나왔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특혜 정황과 브리핑 발언이 엇갈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 라임자산운용 관련 검사 결과 첫 번째로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를 지적했다. 이 부문에서 ‘다선 국회의원(2억 원) 등 일부 유력인사 포함’이라는 내용을 반영했다.
그러나 정작 브리핑에서 함 부원장은 “수익자 입장에서 처벌할 법 조항은 없을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보도자료 내용과 상반된다고 지적되는 부문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 이후 ‘다선 국회의원’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김 의원은 곧바로 “거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 저의 자산을 맡기고 수천만 원 상당의 손해를 보았을 뿐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25일 국회 브리핑에서 “금감원이 우리 당 다선 의원이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고 했고, 해당 의원이 김상희 의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며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한 악의적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