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올해 하반기 대출 연체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어제 보고서를 통해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전체 대출의 2%인 31조 원 수준에 달한다면서 고정이하여신(NPL) 관리 경보음을 울렸다.
BI가 주목한 것은 부동산 PF 규모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나온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이 9월 말부터 차례로 종료된다는 점을 중시했다. 금융지원은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연장이 거듭돼 현재 일정표대로라면 다음 달부터 종료된다. BI는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게 커진 부동산 PF 문제가 지원 시한과 맞물리면 예상외의 큰 파고가 일 수도 있다고 봤다.
부동산 PF의 은행별 규모는 KB국민은행이 11조 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8조9000억 원), 하나(7조7000억 원), 우리(3조3000억 원) 은행 순이다. 이런 정도의 부담으로 국내 간판급 은행들이 결정적 위험에 빠질 리는 없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실적 악화인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은 부실 채권을 상각·매각하는 등 NPL 관리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도 앞서 6월 코로나19 지원 종료와 관련한 금융 불안 우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제2금융권 등으로 눈을 돌리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금융 시스템 안정성까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출 연체, 채권 부실화의 원흉인 민간 부채 문제부터 위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및 기업부채 비중은 101.5%와 119.7%를 기록했다.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타격을 주지 않는 마지노선 80%를 넘긴 것은 물론 GDP 수준마저 넘어선 것이다. 한 달 수입과 영업이익으로 매달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 가계, 기업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금융지원 혜택까지 사라지면 대출 연체 등의 문제는 큰 충격파를 부를 수 있다. 은행 대차대조표만 쳐다볼 일이 아닌 형국이다.
부동산 연착륙 정책의 부작용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느는 현실도 우려를 더한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인 취약차주의 대출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5.1%로 직전 분기 말보다 0.1%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도 0.83%로 2020년 2분기(0.83%) 이후 가장 높았고,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1.49%를 기록해 1%를 넘어섰다.
부채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2007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62개 분기 기간 중 전기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감소한 디레버리징 기간은 우리나라의 경우 2분기에 그쳤다. 미국(22분기), 일본(20분기), 독일(13분기) 등과 크게 대조된다. 정책 초점을 더 늦기 전에 부동산 연착륙에서 부채 연착륙으로 돌려야 한다. 금융당국이 부동산만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에 ‘부채 공화국’의 작은 풍선이 초대형 애드벌룬으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