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업계 “향후 사업 막막”…“정부 사실상 비대면진료 폐지 움직임”
국내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일부 업체는 비대면진료 사업 종료, 축소 등도 계획 중이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 닥터나우는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재진 환자 위주, 약 배송 불가 등 제한된 조건으로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더는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주축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대면진료 이용 건수 업계 1위인 닥터나우는 9월 초 새 사업 방향 등을 밝힐 계획이다.
이용 건수 2위인 ‘나만의닥터’는 30일부터 진료서비스를 종료한다. 대면진료 의료기관 추천·정보검색과 예약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했다. 앞서 썰즈, 파닥, 체킷, 바로필, MO(모) 등 다수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도 서비스를 종료했다.
동일 상병, 동일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만 이용할 수 있는 등 비대면진료 조건이 까다로워 이용자 수도 감소세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5월 비대면진료 요청건수는 일평균 5000건에서 이달 3500건으로 급감했다. 또 진료 취소율도 6월 34%에서 이달 60%까지 증가했다. 8월 3500건의 진료 요청 중 실제로 이뤄진 비대면진료는 1400건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법제화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했을 만큼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번 법제화 무산으로 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22일 무상의료운동본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 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영리 플랫폼을 허용해 기업 돈벌이를 돕고 의료를 상업화시키려 한다”며 “영리 플랫폼은 의료기관과 약국을 종속시키고 과잉진료를 부추겨 의료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영리 플랫폼을 금지하고 정부가 공공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8일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진료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의협은 그간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을 합의 한 바 있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국민의 건강 및 의료체계를 위협하는 초진 비대면진료는 절대 불가하다”며 “비대면진료 중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사고 혹은 과오에 대해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가 필수다.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진행된 비대면진료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안전성 검증도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가 심각하던 2020년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3년간 비대면서비스 진료 인원은 1419만 명, 진료 건수는 3786만 건에 달한다.
하지만 의료계·시민단체의 거센 반대와 의료영리화 우려 등으로 법제화가 무산됨에 따라 비대면진료 산업 생태계는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다.
또 다른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시범사업에 따른 비대면진료 활용 이용자 수는 점점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적 한계로 인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입법화를 위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