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정부 반발 여론 커지자 ‘관계 정상화 추진설’ 일축
이스라엘과 리비아 외무장관이 지난주 회동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비아 내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리비아 총리는 나즈라 마고시 외무장관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스라엘 외무장관 회동 소식이 알려진 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반발 시위가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진 영향이다.
앞서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마고시 리비아 외무장관과 지난주 이탈리아 로마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고 밝혔다. 두 국가 외교 장관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의 주재로 회동이 성사됐다고 이스라엘 측은 설명했다. 코헨 장관은 성명에서 “리비아 외무장관과 양국 관계의 엄청난 잠재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리비아의 옛 유대인 공동체의 유산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과거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유대인 수천 명을 추방하고 유대교 회당을 파괴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리비아에서는 이스라엘에 거리를 두는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하다.
리비아 외무부는 “마고시 장관이 이스라엘 측과의 회동을 거부했으나 이탈리아 외무부와 회담 중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만남에서 어떠한 논의나 합의, 협의도 없었다”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완전하고 절대적인 거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리비아는 2011년 중동,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유엔이 인정하는 드베이바 리비아 통합정부(GNU)와 동부 유전지대를 점거한 권위주의자 칼리파 하프타르의 리비아 국민군(LNA)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대외정책 추진도 차질을 빚고 있다.
AP통신은 리비아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유엔이 인정하는 드베이바 정부가 올해 1월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처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처음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리비아가 2020년 미국이 중재한 아브라함 협약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에 합류를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P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아랍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리비아 외무장관과의 만남은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