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기준을 40년으로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KB국민·하나·NH농협·Sh수협은행, 카카오뱅크 등 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임원을 불러 가계대출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선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가계대출 규제 방안의 하나로 50년 만기 주담대의 만기 기간은 유지하되, DSR 산정 시에는 만기를 40년으로 간주해 계산해 달라고 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이자가 늘어나는 만큼 차주가 갚아야 할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차주 입장에선 총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대로 DSR 산정 만기를 축소하면 전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6500만 원(2023년 4인가구 중위소득 기준) 차주의 경우 'DSR 40% 이하' 규정에 따라 최대 연간 원리금 상환금액은 2600만 원이다. 이 차주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고 기존대로 DSR 산정 만기가 50년으로 모두 인정되면 대출 금리 연 4.5% 기준으로 빌릴 수 있는 최대 한도는 5억1600만 원이다. 월 상환금액은 216만4051원, 연 상환금액은 2596만8612원이다.
하지만, 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줄이면 최대 대출 한도가 4억81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기존보다 대출 한도가 3500만 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 경우 월 상환금액은 201만7265원, 연 상환금액은 2420만7180원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DSR 산정 기준을 40년으로 줄이는 방안은 이날 회의에서 처음 논의된 것으로 안다. 다만 아직 적용 시기는 미정"이라며 "검토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될 것 같긴 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날 회의에서 50년 만기 주담대의 DSR 기준 변경뿐 아니라 금융권의 자발적인 가계대출 노력도 당부했다. 특히 다주택자와 집단대출 등의 부문에서 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취급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전체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점 등 50년 만기 주담대의 위험에 대해서도 차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수요 억제 방안으로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은행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주택구입 주연령대가 40대 이상인데, 이들에게 연령 제한을 두면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 논란도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은행에 맡기기로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비롯한 은행권으 가계대출 실태에 대해 이달 중 현장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 40년 만기, 50년 만기 주담대가 활성화되면서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우리가 검사 제재의 관점이기보다 운영의 적절성이나 정책의 향후 방향성을 잡는 과정에서 이달 중 현장 점검을 내보낼 것"이라며 "실제로 (대출을 통해) 나간 돈이 주로 어느 분야에서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50년 주담대에 대해(연령 제한 등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